“사행성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문화체육관광부)

“불법 게임이 급증하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것이다.”(게임업계)

고스톱·포커류(고포류) 게임이 도박 수준에 이르러 사회 문제가 되자 정부가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규제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행성 도 넘었다”

문화부는 ‘고스톱 및 포커류 게임의 사행적 운영 금지 지침’을 25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도입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8항의 규정에 근거한 조치다. 고포류 게임의 사행화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게임 머니의 불법거래’를 막겠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고포류 게임이 사행성으로 변질되는 첫 번째 요인으로 ‘불법 환전상의 성행’을 꼽았다. 불법 환전상들은 현금을 받고 게임에 필요한 사이버 머니를 판다. 업계에서는 불법 환전상이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문화부는 게임 머니 현금 거래를 막기 위해 현금 결제액을 한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게임 1회에 걸 수 있는 돈은 1만원, 한 달 결제액은 30만원으로 정했다. 하루에 10만원 이상 잃으면 48시간(이틀)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다. 게임 머니가 한 번에 대거 유통될 수 없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현금 1만원이면 NHN 한게임은 6억 골드, 네오위즈게임즈는 3조 골드, CJ넷마블은 3조3000억의 사이버 머니를 살 수 있다.

“규정 어기면 형사고발”

문화부는 이와 함께 이용자가 게임 상대방을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게임 머니를 불법으로 거래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타인 명의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공인인증기관, 인터넷주민번호 대체수단(아이핀)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다음달 행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게 된다. 문화부는 규정을 어긴 사업자에게 1차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고발할 계획이다.

이수명 문화부 게임산업콘텐츠산업과장은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역차별’ 반발

고포류 게임을 운영하는 NHN한게임과 CJ넷마블 등은 불법 환전신고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대화내용이나 쪽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등 게임 머니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사업을 못할 정도’로 규제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미 △고액 베팅이 가능한 ‘풀베팅방’ 서비스와 자동베팅 기능 폐지 △아이템의 1회당 판매가격 1만 이하로 제한 △게임 내 베팅액 축소 △이용자 간 1 대 1 대결 금지 등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를 받는 합법적인 고포류 게임시장은 5000억원가량이고 불법 지하시장에서 이뤄지는 게임은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중국 등에 사이트를 열고 불법으로 현금거래 장사를 하는 지하시장은 놔둔 채 합법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곳들만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외국에 서버를 두거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반 게임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것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징가 포커’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한 데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