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종합건강검진 시기가 돌아왔다. 우리나라 30·40·50대 중장년 직장인들의 암 발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다. 그만큼 중년층의 건강이 좋지 않다. 평소 업무에 매진하는 직장인의 경우 11월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강검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일부 직장의 경우 직원 및 배우자 종합건강검진까지 함께 받도록 독려하고 있다. 직원과 배우자가 건강하면 회사의 생산성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에 중증질환으로 아픈 동료가 있으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회사의 지원으로 받는 건강검진은 연령·성별·가족력 등에 따라 검진항목이 달라진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건강에 대한 고민을 털고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고려대병원 의료진의 조언을 통해 알아본다.


#암·뇌혈관·관상동맥 질환 초점

통상 종합건강검진의 경우 기본항목 외에 추가 항목으로 자기공명영상(MRI)촬영과 CT, 초음파 검사, 내시경 검사 등을 고민하게 된다. 뇌·척추 MRI와 뇌·흉부·요추·경추 CT, 대장·위 내시경, 전립선·유방·상복부·질 초음파 등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건강검진을 받는 것에 부정적이다. 건강검진 자체가 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 불필요한 검진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내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암과 뇌혈관, 관상동맥질환 등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건강검진도 암과 뇌혈관 관련 검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조경환 고려대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장은 “30대에게는 상복부 초음파(간암)와 위 내시경(위암)을 추천한다.

아직은 체력이 받쳐주고 업무 강도가 센 만큼 술자리가 빈번한 30대 직장인의 경우 간암, 위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면서 “여성은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2년마다 유방 X선 촬영을, 3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40대부터는 건강검진을 최소 2년마다 받는 것이 좋다. 40대는 30대에 비해 몇 가지 검진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의 무게만큼 신체 내 각종 노폐물이 가득 쌓인 상태가 된 만큼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폐암 등 폐 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 저선량(방사선 양이 적은) 폐 CT 촬영도 추천된다. 심근경색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심장 CT를 한 번쯤 해두는 것도 괜찮다.

50대는 적어도 5년마다 대장 내시경을 받아야 하지만 요즘은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4년에 한 번씩 받도록 권고하는 추세다.

특히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대장암에 걸렸다면 다른 배우자의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대장암이 있었다면 40대에도 대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50대는 뇌중풍(뇌졸중)도 많아지기 때문에 뇌혈관 MRI를 한 번쯤 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시기 여성은 폐경 이후 골밀도 X선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목 주위에 있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도 해볼 필요가 있다. 60대는 치매심리검사가 필요하다. 기억력 감퇴나 치매가 우려되면 뇌 MRI를 찍어보는 것도 좋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신체의 기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뇌중풍, 심근경색, 호흡기질환 등과 관련된 집중적인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정광윤 고려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직장인 여성들이 갑상샘암에 걸리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연평균 25% 이상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1~2년에 한 번은 갑상샘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한 곳서 꾸준히 건강검진 받아야

직장인들은 보통 직장에서 정해주는 건강검진기관에서 매년 검사를 받는다.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등 일반인의 경우 30세가 넘으면 2~3년에 한 번, 40대에는 격년으로, 50대부터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만성두통, 무기력, 소화장애, 불면증 등을 느낀다면 연령에 관계없이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질병은 연령 이외에도 가족력, 과거 병력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전문의와 상담해 맞춤형 건강검진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검진센터를 선택할 때는 건강검진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충분하게 확보됐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좋은 병원은 아니다. 영상판독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있어야 질병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전훈재 고려대 소화기센터 교수는 “과거 검사 결과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곳을 지정해놓고 다니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건강진단 결과가 정상이라는 것은 단지 ‘현재 뚜렷하게 드러나는 질병 소견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1, 2년간 아무 병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증명서는 아니다. 반대로 검사 결과에 정상수치 범위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소견이 있어도 꼭 ‘병이 있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검사 소견은 신체 상태, 검사기계의 차이, 검사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조경환 고려대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