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카더라' 통신이 사람 잡는다
편의점을 운영하던 강인호 씨(57·서울)는 2010년 9월 소화불량이 잦더니 명치 끝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진단 결과 ‘악성 림프종’이었다. 다섯 차례에 걸쳐 항암 치료를 받고 6개월 정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던 올해 초 강씨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육류를 완전히 끊고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먹기 시작했다. 저녁 나절에는 어김없이 운동과 사우나를 병행했는데, 수면시간이 예전보다 줄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몸무게가 현저하게 줄면서 지난번 암 발생 부위 부근에 또 다른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주치의는 “잘못된 건강 정보로 오히려 화를 키운 케이스”라며 “암 환자들은 다른 ‘2차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소 답답하더라도 병원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암 등록환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암을 치료 중인 환자는 113만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올 9월 130만명을 기록했다. 2009년 85만명, 2010년 93만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사회를 맞고 주변에 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흘려듣게 되는데, 암에 대한 과다한 정보가 오히려 혼란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암 식사요법에 대한 고정관념, 일상생활에서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되는 암 발생 요인에 대한 인식, 건강식품에 대한 과신 등이 그렇다. 연세대의료원 의료진과 함께 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풀어본다.

◆육류는 암 발병 원천?

붉은 고기(쇠고기 양고기)와 가공육류 등 동물성 지방은 명확한 발암 요인이다. 더욱이 고온에서 불에 직접 닿게 구워 먹으면 발암물질이 더 많이 생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한 해 100만여명이 암 진단을 받는 미국인들의 약 3분의 2가 지방과 정제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을 좋아하는 반면 식물성 식품을 거의 먹지 않는다. 같은 가공식품이라도 열량이 고농축된 게 암을 유발하기 쉽다. 이창걸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핫도그 피자 등 기름에 튀긴 음식, 삼겹살 베이컨 등 지방이 많은 음식은 암 유발과 관련해 술·담배보다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대는 그나마 소화능력이 왕성해 동물성 지방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40대를 넘어서면 지방분해효소가 적게 나오고 기름이 몸 안에 쌓여 내장지방이 되는데, 이것이 나중에 암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므로 나이가 들수록 육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연구 결과 채식을 주로 섭취할 경우 암 발병률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채식만 고집할 경우 필수아미노산 및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원활한 육체·정신활동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은 양질의 살코기 위주로 적정량을 먹는 게 신체 건강상 좋다.

◆가족 중 암환자 있으면 발병률 2배 높다

스트레스는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간주되지만 스트레스와 암 발생과의 관련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다. 다만 많은 현대 의료진의 연구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자율신경계를 흥분시키고 혈압 및 맥박 속도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뇌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고 인체 내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암 발생과 직접 연관짓기엔 상호관계가 약하다. 국제암연구소(IARC)나 미국암학회는 아직까지 스트레스를 실체적인 암 발병 요인으로 잡지 않고 있다. 대신 국제암연구소 등의 저명한 기관들은 유전과 가족력이 암 발병에 깊이 관여한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고 있다. 김주항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가족은 비만, 식사 습관, 운동 부족, 생활 환경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특정 암이 2배 이상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간접흡연도 암 유발한다

흡연이 폐암 등 각종 암의 발생 요인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흡연은 암 발생 요인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길거리 금연구역이 확대되는 등 흡연 억제정책이 우선시되고 있다. 직접흡연이 아닌 간접흡연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베란다나 집 밖에서 담배를 피운 흡연자가 실내에 나타나면 소파, 카펫, 실내먼지, 흡연자의 머리카락과 옷을 통해 간접흡연의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영유아나 청소년은 호흡이 빠르고 흡입하는 먼지량이 성인의 2배 수준이어서 이런 매개체를 통해 담배 유해물질을 체내로 흡수할 가능성도 높다. 김 교수는 “비흡연자라도 간접흡연에 노출된 폐암 환자들은 새로운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간접흡연은 폐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치료 효과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하면 암 발생률 높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최근 여성 6000명의 건강상태를 10년간 조사한 결과, 하루 7시간 이하 수면이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평소 운동량이 많은 여성은 유방암 등 암 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운동을 했어도 수면시간이 적으면 암 예방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체온도 떨어진다. 평균 정상체온은 36.5~37.1도다. 하지만 여기서 1도만 내려가도 신체 면역력은 30% 이상 떨어진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서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면역세포)가 줄기 때문에 당연히 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암세포 증식이 가장 활발한 체온은 35~35.5도 범위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