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를 미학적 차원에서 분석한 책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이재복 한양대 교수(46·사진)의 《한국 현대시의 미와 숭고》(소명출판)다.

이 교수는 “한국 현대시에 대한 접근이 주로 시적 구조나 개별시 차원에서 이뤄져 미학적 개념으로 읽어내려는 시도가 미미했지만 미학적으로 시를 해석하면 생경한 개념 혹은 이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볼 수 있다”며 미학 차원에서 한국 현대시를 분석한다.

그는 제목에 들어 있는 ‘숭고’라는 개념을 ‘미학이 탐구해 온 미를 초월하는 새로운 미’로 정의했다. 한국 현대시에서 미와 숭고를 탐구하는 건 미학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시 읽기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현대시를 ‘그로테스크 데카당스 숭고 키치’(1부), ‘패러디 서술성 다다이즘 해체 선(禪)’(2부), ‘가족로망스 에로티시즘 여성성 악마성 몸’(3부) 등 열네 가지의 미학적 주제로 분류해 읽어낸다.

1부에서 다루는 주제는 미학적으로 견고한 이론적 사유를 거친 개념들이지만 한국 현대시를 보는 데 있어서는 생소하다. 하지만 그는 이 개념들을 중심틀로 잡고 한국 현대시의 시간에 따른 흐름을 이해하려 시도한다.

시의 형식과 관련 있는 주제들을 다룬 2부에서는 각 주제들의 차이점에 주목한다. 예컨대 ‘해체’가 주로 서구에서 사용되는 주제라면 ‘선’은 동양에서 쓰이는 개념이라는 것, 해체가 언어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선은 언어를 넘어선 깨달음을 역설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선은 몸을 통한 실천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언어의 세계에서의 인식론적인 유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유사하면서도 다른 원리가 둘의 이면에 작동하면서 각각의 미학으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3부에서는 시와 주제들의 관련성을 밝혀낸다. 특히 ‘몸’과 ‘언어’는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몸 안에 이미 언어가 있다’는 논리처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그는 설명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