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은 임박했는데 교차로는 꽉 막혀 있다. 파란 신호가 들어와도 차 몇 대 간신히 빠지곤 다시 정체다. 타는 속을 달래며 기다린 끝에 “이번엔 갈 수 있겠지”하는 순간 노란 신호로 바뀐다. 이쯤 되면 앞차가 미처 교차로를 빠져 나가지 못했는데도 안면몰수하고 따라붙는다. 이번 신호까지 놓치면 지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퍼뜩 머리를 스친다. 결국 차들이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교차로 꼬리물기가 나쁘다는 건 다 아는데도 운전대만 잡으면 참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2007년 경찰청 설문조사에서 92.5%가 “꼬리물기 집중단속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31개 도시, 83개 교차로를 실제 조사했더니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27.8%나 됐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인간 본성과도 관계 있다. 바쁘고 지루할 땐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상냥한 여자와 보내는 2시간은 2분 같고, 뜨거운 난로 위의 2분은 2시간 같다”고 했다.

꼬리물기로 발생하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서울에서만 연 144억원의 손실을 유발한다는 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이다. 통행시간 지연, 연료 소모,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등에 따른 비용을 합산한 수치다. 꼬리끊기를 하면 연료비가 11% 줄고, 주행속도가 25% 빨라진다는 조사도 있다.

서울시가 교차로 꼬리물기를 없애기 위해 교통신호 시스템을 바꾼다고 한다. 교차로 신호등을 건너기 전으로 옮기고, 교차로 전방 30~60m에 차량 정체를 파악하는 검지기를 설치해 차량 속도가 시속 5㎞ 밑으로 떨어지면 적색 신호가 켜지게 한다는 내용이다. 신호등 옮기기는 세종로 사거리~흥인지문 2.8㎞ 구간 8개 교차로에서, 검지기 설치 신호체계는 충무로역~퇴계4가와 홍익상가~영등포 전화국 등에서 시범운영한다.

미국에서 꼬리물기를 하다 적발되면 최고 500달러의 범칙금과 함께 교육비 100달러를 내고 별도 교육까지 받아야 한다. 우리 범칙금은 승합차 5만원, 승용차 4만원, 이륜차 3만원이다. 지금은 경찰의 현장단속에 걸릴 때만 범칙금을 물리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속도위반처럼 CCTV에 찍히는 경우에도 물리는 등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꼬리물기 단속은 2007년 6월과 9월, 2008년 9월에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틈만 보이면 악착같이 머리를 들이미는 운전습관은 여전하다. 월요일이나 눈, 비가 오는 날엔 정도가 훨씬 심하다. 이번엔 막무가내로 따라붙는 얌체 차량들 꼬리를 가차없이 잘라 교차로 정체를 줄였으면 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