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대선 공약의 하나로서 동성 간 결혼의 합법화를 내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전통적인 기독교 윤리에 따른 결혼 관념은 남녀 간 결합이었다. 이런 미국 사회의 강한 전통으로 인해 동성애가 미국 내에서 사회적 인정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동성 간 결혼의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파격적인 선언을 한 것이다. 이런 선택이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차치하고 미국사회가 끊임없이 소수자의 보호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소수자 보호가 거론되면 나는 항상 영국에서의 경험이 떠오른다. 1995년 영국에서 1년간 체류하며 공부할 기회가 있어, 런던 근교에 있는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려고 찾아 갔을 때 학교 게시판에 땅콩이나 땅콩이 들어 있는 음식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교장선생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답은 이 학교 재학생 중에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전교생에게 그와 같은 지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그것은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영국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소수자에 대한 배려의 따뜻한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각자의 취향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다수의 의견, 다수의 취향과 문화를 사회 전체의 잣대로 생각한 나머지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기 쉽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은 세계 10위권이라고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 여성, 난민신청자, 장애인 및 성적소수자 등 다수의 그늘에 가려 햇빛이 차단된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 실직으로 꿈을 빼앗긴 청년들,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 같은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소수자 보호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성염색체에 의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후천적으로 성전환을 한 경우에도 성의 변경을 인정해주기 시작해 성전환자(trans-gender)의 삶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에 이르렀다(대법원 2006년 결정).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할 때면 의례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가져왔는지가 평가의 한 항목을 차지하곤 한다.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사회는 경제적 성취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다수의 그늘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도 배려의 손길이 주어질 때 그 따뜻함으로 인해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일표 < 국회의원(새누리당 대변인) 2008hip@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