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늘 전체회의에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종일방송을 허용하는 안건을 처리한다고 한다. 현재 19시간(오전 6시~다음날 오전 1시)인 지상파 방송을 24시간 내내 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기존 유료방송과의 규제 형평성을 맞추고 취약계층의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게 명분이다. 방송시간 제한은 1973년 오일쇼크로 시작됐고 선진국에선 이런 규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건이 성숙된다면 언젠가는 풀어야 할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미디어시장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종일방송 허용은 시기상조다. 지상파의 독과점이 더욱 강화되고 신문 케이블 등 다른 미디어를 위축시킬 게 뻔하다. 지난해 지상파 3사의 시청점유율은 62.7%였고 계열 PP(케이블방송)까지 합치면 74.3%다. 3사의 매출도 전년 대비 8% 신장한 2조9857억원에 달해, 홈쇼핑을 제외한 전체 PP 매출의 3배다. 이런 공룡 지상파에 심야방송까지 허용한다면 시청률 독식에다 황금시간대 광고에 끼워팔기 등으로 광고 쏠림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매체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지상파 심야방송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송의 질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말로는 교양, 공영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낯 뜨거운 막장드라마와 청소년 유해물을 양산해온 지상파다. 이미 재방송 비율이 20%를 넘나드는데 심야방송까지 허용하면 무엇으로 시간을 때울 것인가. 방통위는 심야시간대 재방송 비율을 40% 이내, 19세 이상 성인물 방송 비중을 20% 이내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이는 지금보다 오히려 늘려준 기준일 뿐이다.

2005년 지상파에 4시간 낮 방송을 허용할 때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지상파 방송이 나아졌다는 평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시청권을 볼모로 한 정치파업과 파행방송이 그치지 않았고 왜곡 편향된 방송으로 인해 치러야 했던 사회적 비용도 엄청났다. 종일방송보다 진짜 시급한 것은 방송의 질적 향상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서의 청사진이다. 24시간 종일방송은 그 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