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예술가는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사고와 개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죠. 사진, 영화, 미디어아트, 게임, 패션 등 과거에 없던 새로운 예술 형식도 속속 탄생하고 있고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으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를 이끌어온 노소영 관장(51·사진). 그는 4일 서울 장충동에 통섭인재양성소 및 새 전시공간 ‘타작마당(옛 무하재)’을 개소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학제 간 벽을 허물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많이 양성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관장은 오는 10월6일까지 ‘타작마당’의 개관전으로 ‘만인예술가’전을 개최한다.

그는 개막 행사에서 “창조 활동은 단순히 기존의 예술 작품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술 역시 기술과 예술, 미래의 비전을 한데 아우르며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라는 편견을 벗고 당당한 배우로 우뚝 선 다문화 극단, 미술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여는 장애인 화가, 시각 장애인들로 구성된 밴드 멤버들도 엄연히 예술가라는 의미다.

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무를 키우면 사막에 실제로 나무를 심는 ‘트리플래닛’, 인터넷을 통해 각자 수집한 정보를 모아 공동 지도를 만들어가는 오픈 소스 크라우드 맵 ‘우샤히디’, 퀴즈의 정답을 맞힐 때마다 쌀알이 기부되는 소셜 게임 ‘프리라이스’ 등은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변화가 멋지게 조우한 프로젝트들”이라고 덧붙였다.

“헌 옷과 빈 방을 서로 공유하면서 소유보다 의미 있는 ‘공유’의 경제를 실험하는 키플과 코자자 같은 기업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만으로 전국에 10만여권의 책을 나눈 ‘기적의 책꽂이’처럼 참신한 모델을 만들어가는 실천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창조활동가죠.”

노 관장은 디지털시대 예술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 요소이기도 하며 새로운 사고를 깨우는 창조자적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에서든 ‘일상의 혁명’의 조용한 주인공들이면 누구나 ‘레이아티스트(일반인, 평신도라는 뜻의 레이맨에서 따온 신조어)’인 셈이죠. 레이아티스트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예술가의 DNA가 깃들어 있다는 증거이기에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