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새벽부터 아내와 함께 나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패션그룹형지의 대리점들을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한다. 대리점이 제주도에 있거나 시골 시장 골목에 위치한 곳이라도 상관없다. 전국 1400여개 매장 하나하나를 1년에 한 번씩 방문하겠다는 목표를 차곡차곡 실행해가고 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대리점에는 감사의 편지 한 장과 금일봉을 문 틈에 밀어놓고 온다. 오픈한 대리점에는 모자를 푹 쓰고 들어설 때가 있는데, 대리점 사장은 필자가 대표임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

최근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리점 사장들의 얼굴이 밝지 않다. 대리점 사장들은 대부분 오전 10시께부터 밤 10시까지 고객을 기다리며 보낸다. 기다림 끝에 매장에 손님이 들어서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진땀 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대리점 사장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심지어는 명절에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자녀들이 있으면 부모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기업 수장으로서 안타깝다. 1980년대 초반 동대문시장 상인으로 출발해 어려움을 겪었던 필자의 경험이 떠오르면서 대리점 사장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든다.

대리점 사장들의 좋은 소식을 접할 때는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10여년 전 택시기사였다가 우리 대리점을 하면서 빌딩을 가진 분, 오로지 자녀만 생각하면서 열심히 대리점을 했는데 자녀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던 분 등 대리점 사장들의 기쁨은 필자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항상 ‘대리점 사장들과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는 점을 확고한 경영 신념으로 삼아왔다. 패션업계 최초로 대리점 사장을 대상으로 연 대리점주 최고경영자 과정도 이런 취지에서 시작했다. 2010년 시작한 이 과정은 한 기수에 55명씩 모이며, 현재 3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대리점 사장들에게 힐링(Healing)의 시간으로도 유용하다. 사장들과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기수별로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사장들이기에 해외여행이 일반화한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는 처음이라고 한다. 필자와 사장들은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가 된다.

나만의 주말 여행을 마쳐갈 때면 ‘어느 날, 좋은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나누며 꿈과 희망을 노래하면 아름다운 도(道), 꿈길이 됩니다. 희망의 길이 됩니다’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긴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hj02@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