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31일 오후 2시31분


웅진코웨이 인수전이 시작될 때만 해도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다크호스에 불과했다. 아무리 자금 동원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PEF의 한계가 뚜렷한 탓이었다. 소매영업 경험에다 강력한 인수 의지를 가진 GS리테일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GS리테일과 중국 가전그룹 캉자를 거쳐 KTB투자증권 자회사인 KTB PE에 안길 것 같던 웅진코웨이는 결국 MBK에 돌아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MBK의 승리 요인으로 ‘맨파워’를 꼽았다.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투자 인력들이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어렵다던 딜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외 인재들이 PEF에 몰려들고 있는 것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취감과 높은 소득 때문이다. MBK처럼 어렵다던 딜을 성사시킬 때의 성취감은 다른 무엇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이들의 연봉은 성과급을 제외하고도 1억~10억원에 이른다.

◆투자 인력 절반이 해외 명문대 출신

PEF 인력은 대체로 투자은행(IB) 회계 컨설팅 법률 기업 등 5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31일 국내 10대 독립계 PEF 운용역 130명의 학력과 경력을 분석한 결과 IB 출신이 63명(48.5%)으로 가장 많았다. 모건스탠리(8명) 골드만삭스(4명) JP모건(4명) 메릴린치(2명) 등 4대 글로벌 IB 출신이 18명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회계 25명(19.2%), 재계 23명(17.7%), 컨설팅 10명(7.7%), 법조 5명(3.8%) 순이었다.

학력은 국내 전 업종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130명의 최종 학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해외 대학 출신이 61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출신 대학도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버클리 컬럼비아 듀크 시카고 MIT 인시아드 등 이른바 명문대가 수두룩했다. 하버드대 석사 출신만도 10명에 달했다. 국내파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이 27명으로 전체의 20.7%를 차지했다. 전체의 63.1%(82명)는 변호사 등 전문 자격증이나 석·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MBK 인력의 스펙이 가장 화려해

회사별로 경영 철학과 투자 방식에 따라 인재 선호도도 갈린다. 투자회사의 매출이 25조여원으로 재계 서열 14위에 해당하는 MBK의 경우 학력과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

15명의 투자 인력 중 8명이 해외 명문대 유학파 출신이다. 김병주 회장을 포함해 하버드대 MBA 학위자가 3명이다. 윤종하 대표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을 거쳐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김광일 부사장)과 조지타운대 로스쿨(박태현 전무) 졸업자도 있다. 나머지는 서울대(6명)와 펜실베이니아대 예일대 연세대(각 1명)를 졸업했다.

진대제 대표가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에는 전직 대기업 임원이 많다. 10명의 투자 인력 중 6명이 삼성전자(진대제 대표, 송근성 전무) 인텔코리아(이강석 부사장) 엔씨소프트(김화선 부사장) 대우차(민현기 전무) 등 대기업 출신이다.

IMM PE는 회계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15명의 운영 인력 중 송인준 장동우 대표와 김영우 수석부사장 등 파트너급 임원 3명을 포함, 총 8명이 회계사다.

보고펀드는 변양호(정책) 이재우(네트워크) 신재하(M&A 협상) 박병무(법률·경영) 등 대표 4명이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수행하고 있다.

◆샐러리맨에서 대기업 오너로

고급 인재들이 PEF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재무 전략 금융 회계 법률 조세 등 다방면의 전문지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기업을 주도적으로 경영하고 육성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실제 투자 건마다 매출과 이익이 보장된 기업 오너(대주주)로 변신할 기회가 있다. 박찬우 IMM PE 이사(35)는 “컨설팅 기업에 있을 때는 몇 달간 고생해서 만든 컨설팅 결과를 고객(기업)이 참고만 하고 의사 결정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공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글로벌 IB에서 일하다 지난해 보고펀드로 옮긴 한영기 과장(31)은 “IB들은 의외로 상명하달식 문화에 익숙해져 부하직원의 의견 개진이 힘들다”며 “PEF 입사 4개월 만에 윗선에 보고한 2000억원 안팎의 인수·합병(M&A)건이 실제 진행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에 이보다 많은 성과보수

이들에 대한 보수도 상당하다. PEF는 운용자금의 1.2% 안팎을 매년 운용보수로 받는다. 1조원을 굴리는 PEF라면 120억원 안팎을 손에 쥔다. 이 돈을 30명가량의 인력이 나눠 가진다. 그러다 보니 성과급을 제외한 연간 보수는 1억~1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투자 성공에 따른 성과보수가 더해진다. 대박 투자를 성사시킬 경우 수십억~수백억원대 성과보수를 받기도 한다. 고용 안정성도 높다. 대체로 펀드 운용 기간엔 단기 실적과 관련없이 고용이 유지된다.

하지만 업무가 쉬운 것은 아니다. 성과를 내려면 여러 단계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첫 관문은 펀드 투자자(LP)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다. 산업은행 PE의 경우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 PEF를 운용하고 있지만 2009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을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어렵게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마땅한 딜을 찾기가 쉽지 않다. MBK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M&A에 참여하기 위해 6억원을 들여 실사했지만 딜이 무산됐다. 국내 PEF 시장은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문을 열었다. ‘미래에셋파트너스 1호’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PEF는 지난해 기준 203개, 34조3875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좌동욱/박동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