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온라인 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이 이날부터 발효됐기 때문. 인터넷 사업자는 기존에 보유했던 주민번호도 2년 내에 파기해야 한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이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관행적으로 모아 온 행태를 개선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주민번호는 대형 해킹 사고가 날 때마다 대거 유출돼 ‘공공재’라는 자조 섞인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시행 후 며칠이 지나도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 ‘클린 인터넷’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대형 인터넷포털들조차 바뀐 것이 거의 없었다.

네이버는 일반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주민번호가 필요없지만 공개 게시판이나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실명확인 회원은 아이핀이나 주민번호 둘 중 하나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과 네이트는 회원가입 시 의무적으로 주민번호나 아이핀 중 하나를 입력해야 한다. 아이핀(i-PIN)이란 인터넷에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해 본인확인을 하는 수단이다.

넥슨 등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메일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지만 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주민번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개정법을 충실히 따르려면 주민번호 자체를 아예 수집하지 않아야 한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아이핀 등 대체 인증수단을 제공할 이동통신사나 신용카드사, 공인인증기관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행사 같은 특수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행자보험 등에 가입하려면 주민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지금은 이에 대한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아이핀이나 전화번호, 신용카드는 다 되고 ‘주민번호’만 쓰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필요한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업체들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주민번호 수집 금지가 탁상행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