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자신감이 무너지고 있다.’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 이상 남여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중산층 의식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이 내린 결론이다.

◆일상화한 내핍생활

이번 조사 결과 국민 5명 중 1명(19.1%)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 최근 5년간 계층이 낮아진 것으로 느꼈다. 계층 하락의 이유로는 ‘소득 감소’라는 응답이 32.7%로 가장 많았다. ‘부채 증가’(17.6%)와 ‘불안정한 일자리’(14.3%), ‘과도한 자녀 교육비’(13.5%), ‘재산가치 하락’(11.8%) 등이 뒤를 이었다.

중산층의 위기의식은 소비생활 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 4명 중 1명(25.6%)은 집 크기를 줄이거나 싼 집으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고, 절반 이상(52.6%)은 대중교통 이용이 늘었으며, 10명 중 1명(12.2%)은 귀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60.6%)은 ‘외식’을 이전보다 줄였으며 절반가량(46.7%)은 할인쿠폰과 마일리지 등 알뜰소비를 늘렸다고 답했다. 이 중 주택 구조조정과 대중교통 이용 증가, 이농 고려 인구는 외환위기 때보다 늘었다.

중산층 가구(4인 가족 기준)의 월평균 기대 소득은 494만6000원이었다. 1998년 248만5900원보다 2배가량 높아졌다. 이 기간 1인당 국민소득(GDP)이 3배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라고 연구원 측은 분석했다.

◆물 건너간 계층 상승의 희망

국민 대다수(98.1%)는 향후 계층 상승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양극화 진행(36.3%)과 계속되는 체감경기 부진(2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좋은 일자리 부족(12.1%), 과도한 부채(11.4%), 불공정한 기회(9.0%), 노후준비 부족(6.4%)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는 ‘좋은 일자리 부족’을, 30대와 40대는 ‘양극화’와 ‘가계부채’를 주된 이유로 골랐다. 50대 이상은 ‘노후준비 부족’에 대한 응답이 비교적 많았다.

반면 ‘쉬워질 것’이라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이는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3.08%) 내에 들어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가 계층 변화의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산층을 늘리기 위해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는 물가 안정(23.2%), 일자리 창출(19.7%),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비 지원(15.4%) 등이 꼽혔다.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20대 청년층과 50대 이상 고령층에는 일자리 제공, 30대에겐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대책, 40대에겐 자녀 교육비를 해소할 수 있는 맞춤 대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