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어서다. 지난 13일까지 수출은 작년 8월에 비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글로벌 수요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8월 감소세 이어질 듯

15일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지난 13일까지 136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4억달러)보다 11.9% 급감했다.

이런 부진이 8월 하순까지 이어지면 2009년 8월(-20.9%)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수출은 월말에 급증하고 작년과 비교하면 영업일수가 하루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준일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작년 8월은 국내 기업들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던 시기여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감소폭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8월 수출은 457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5% 급증했다.

실제 수출액을 영업일수로 나눈 이달 하루 평균 수출도 13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작년 8월 14억달러보다 2.9% 감소한 것. 지난 6월, 7월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6월, 7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각각 21억달러와 18억6000만달러였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올 8월은 유난히 더워 실제 조업일수가 영업일수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작년 8월보다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 심화

최근 발표가 나온 주요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입 동향을 봐도 수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유로존의 2분기 GDP 증가율(-0.2%)은 2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독일(0.3%) 프랑스(0%)는 선방했지만 스페인(-0.4%) 이탈리아(-0.7%) 포르투갈(-1.2%) 등은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유럽(수출 비중 10.0%)은 미국(10.1%), 중국(24.2%)과 함께 한국의 3대 수출 시장이다. 김 대표는 “주요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유럽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위기가 길어질수록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산 제품의 우수한 경쟁력에도 시장 자체가 줄어들면 감소세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장정석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선박마저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선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3% 급감했다. 향후 선박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싸게 수주한 선박을 인도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출액이 줄어든다.

중국의 수출 부진도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1%였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수출 부진은 우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이 올 들어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5.2%)를 기록한 것도 중국의 수출 감소 영향 때문이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