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네이버 마케팅과 디자인을 총괄하던 조수용 부사장이 퇴사한후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온라인을 시작으로해서 오프라인 사업에까지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키는 일은 분당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건축을 진두지휘하면서 이미 증명됐다.

브랜드 전문 회사 JOH를 설립하고 삼성카드 대림산업 등 대규모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름값을 한 그의 도전은 그칠 줄 몰랐다. 브랜드 전문 매거진 'B'를 창간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더니만 지난 인터뷰때 목표라 밝혔던 외식업을 1년만에 실행에 옮겼다.

이미 JOH 사무실에서 톡톡튀는 독창성과 어우러진 효율성을 확인했던 터라 그가 오픈한 식당은 어떤 곳일까 궁금증이 커졌다.
[인터뷰] 조수용과 외식업이 만나면?…"직원들 주말에 서로 일하겠다 아우성"
논현동 JOH 사무실과 도보로 5분거리에 위치한 식당의 간판 이름은 '일호식'. 말그대로 1호 식(당)이라는 뜻이다.

조 대표의 말을 빌면 '그 일대에서 가장 월세가 싸고 허름한 곳'을 찾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20석 규모의 아담한 식당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일호식' 오픈전 허름한 치킨집에서 변모하는 과정이 사진으로 소개돼있다.

메뉴는 달랑 4가지 뿐.
[인터뷰] 조수용과 외식업이 만나면?…"직원들 주말에 서로 일하겠다 아우성"
"직장생활 하다보면 매일 점심 '오늘은 뭘 먹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잖아요. 회사 근처에 직원 전용 식당을 겸해 우리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건강한 밥을 팔아보자가 컨셉이었죠"

자신이 원하는 컨셉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욕심을 부리는 조수용 대표는 식당을 오픈하면 꼭 모시고 싶었던 쉐프를 주방에 앉히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채용했다. 철저한 준비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총괄 매니저 또한 그가 평생 다녀본 레스토랑 중 가장 마음에 들어 찜해뒀던 매니저를 골라 직접 스카웃해왔다.

반응은 뜨거웠다.

7월 30일 오픈한 '일호식'은 2주도 안돼 평일 점심에 대기팀이 5~6팀 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었다. 2시가 되기도 전에 식재료가 동나는 일도 허다하다.

"식당을 오픈하면서 가장 비중을 둔 부분이요? 물론 주방이죠. 가장 좋은 주방도구를 가지고 가장 쾌적하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식재료 또한 우리 회사 직원들이 매일 먹을 걸 염두에 두고 최고만 고집하죠. 식당을 직접 운영해보니 조미료를 쓰지않고 맛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이제야 알겠더라구요.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대충 만들수 있나요. 제가 매일 와서 먹을 밥인데요"

주방 쉐프를 비롯 홀 매니저 등 모든 식당 종업원은 모두 JOH의 정식 직원이다.

채용 과정도 남다르다. 주방 직원을 뽑을때도 JOH 전 직원의 1대1 면접을 거치는 것이다.

자신의 연봉은 직접 정하고 회사에서 일하며 먹는 식사는 모두 법인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토요일 '일호식'을 방문한다면 JOH 직원들이 돌아가며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수용 대표는 상주 종업원의 피로를 덜어주고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토요일 근무 자원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터뷰] 조수용과 외식업이 만나면?…"직원들 주말에 서로 일하겠다 아우성"
사내 직원이 근무를 하게되면 토요일 하루 매출의 50%는 그날 근무한 종업원들이 n분의 1로 나눠갖는다. 일종의 보너스인 셈. 주방 2명 홀 1명이 근무해 하루 매출이 150만원이었다면 그중 50%인 75만원을 세명이 나눠가는 것이다.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자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식당에서 더욱 열심히 일한다. 이미 JOH에는 토요일 근무 자청자들의 대기명단이 줄줄이 있을 정도. 그날 하루만큼은 내가 사장이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게되니 매출 또한 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

"오는 연말께 한남동에 아메리칸식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메뉴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방식으로 외식업을 펼쳐나갈 겁니다. 먹는 공간은 미각 후각 청각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해요. 때문에 외식 브랜드야말로 가장 복합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 세상이 더불어 아름다워 진다니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