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강동원의 대를 잇는 톱모델 출신 연기자로 기대를 모았던 주지훈(30·사진)이 3년여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주지훈은 지난 8일 개봉한 사극 코미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전역 후 첫 작품이다. 그는 방송 드라마 ‘궁’과 ‘마왕’ 등에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으로 떴다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입대했다.

그에게는 사극과 코미디 장르도 처음이다. 그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세종의 왕세자 시절인 충녕대군으로 나온다. 골치아픈 왕이 되기 싫다며 궁을 탈출했는데 우연히 노비 덕칠을 만나 신세가 뒤바뀌는 모험을 겪는다. 충녕과 덕칠의 1인2역이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개봉일에 극장에 가서 관객 반응을 살펴보니까 웃음이 가득해요. 너무 웃기다며 박수까지 치고요. 코미디가 편안한 장르여서 그런지 반응도 직접적이더군요.”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거슬리지 않고 재미있게 넘어가 선택했다고 한다. 코미디이지만 작업(연기) 방식은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과 노비가 뒤바뀌는 엉뚱한 상황이 웃음을 주는 것이지, 과장된 표정과 행동으로 승부를 거는 게 아니었으니까.

“1인2역이라 덕칠을 차별화하기 위해 표정을 약간 과장스럽게 지은 부분은 있을 거예요. 충녕은 상황에 맞춰 연기를 하면 됐고, 덕칠은 처음부터 캐릭터를 정했어요. 노비로 밭일만 했을 것이란 개인의 전사(前史)를 고려해 동작이 크고 걸음걸이도 약간 구부정하게 했지요. 반응도 직설적으로 드러냈고요.”

촬영은 기록적인 강행군이었다. 지난 3월2일 크랭크인해 전주 부안 문경 창녕 등지에서 촬영, 6월14일 크랭크업했다. 전체 131신 중 120신에 등장했다. 1인2역이라 보통 영화의 주연보다 출연 분량이 2배나 됐다.

“찍은 뒤 잘라낸 분량도 많았어요. 한 장면을 A버전과 B버전으로 촬영한 뒤 관객 반응에 따라 더 좋은 것을 선택한 거지요.”

사극 연기에서는 말투가 쉽지 않았다. 가볍게 넘어가야 하는 장면인데도 옛 말투 때문에 심각해보이기도 했다고.

베테랑 조연들 덕분에 연기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충녕과 덕칠은 모두 액션보다는 리액션이 많은 연기를 해야 해요.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반응하는 거지요. 충녕은 누가 쫓아오면 달아나면서 행동이 일어나고, 덕칠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되지요. 제 액션을 이끌어내는 상대 배우들이 베테랑이어서 부담을 덜었지요. 박영규 백윤식 변희봉 등 세 선배는 유머가 뛰어나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어요. 그분들이 과거 얘기를 하면 할아버지한테 옛날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이 영화에서 그는 유머러스하면서도 푸근한 이미지로 그려졌다. ‘차도남’ 이미지에서 벗어날 것 같다.

“제 작업 방식에는 변화가 없어요. 제 자신도 동일한 인물이고요. 사람들이 작품에 따라 달리 느낄 뿐이죠.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겁니다. 다른 유혹에 빠지지 않고 연기자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3년 전 마약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해 그는 최근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호기심이 많았고 매우 무지했습니다. 무지 자체가 죄겠지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주홍글씨를 안고 가겠습니다. 제가 잘못한 일이니 감당해야겠지요. 얻은 것도 많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단단해졌습니다. 제 인생을 반추하게 됐고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