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33)는 요즘 낚시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농협은행이 내놓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내사랑 독도’의 낚시 게임을 하는 게 재미있는 데다 고기를 많이 낚을수록 예금 이자가 늘어나는 부수익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자사의 ‘채움사이버정기예금’을 ‘내사랑 독도’를 통해 가입하고 게임 레벨을 20까지 올리면 금리를 0.5%포인트 더 주고 있다.

◆게임을 마케팅으로 활용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앱 비즈니스에서 ‘게임화’ 기법이 뜨고 있다. 자신의 레벨을 높이고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면 보상을 받는 게임 요소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 품질에 차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게임화(gamification)’는 ‘게임(game)’과 ‘화(化·fication)’를 합친 신조어다.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상, 이용자 계급, 임무, 경쟁 등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대중화한 항공 마일리지 마케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가 애플과 함께 내놓은 ‘나이키플러스’도 게임화 방법을 적용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성장세가 꺾인 나이키는 신발에 넣은 센서를 애플 음악재생기인 ‘아이팟’에 연결시켜 달린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을 계산해 다른 이용자와 게임하듯 운동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금융에도 게임 기법 도입

게임화 기법은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지난 3일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앱 장터 티스토어 무료 앱 부문 1위에 오른 ‘씨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씨온은 스마트폰의 위치정보(LBS)를 이용한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다. 이 앱은 특정 장소에 많이 간 이용자에게 ‘캡틴’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등 경쟁 요소를 도입했다. 한 장소에서 200명이 동시에 체크인을 해야 아이템을 준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포스퀘어 등 기존 LBS를 이용한 SNS보다 게임 요소를 강화해 이용자들이 재미를 더욱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융 앱들도 게임화 기법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 농협은행 예금 상품인 ‘내사랑 독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버전 다운로드 수는 2일 기준으로 3만1317건이다. 이를 통해 쌓인 정기예금은 811계좌 242억원이다.

국민은행도 앱에 동·식물을 키우는 게임을 접목한 ‘KB 스마트폰 적금·예금’ 상품을 팔고 있다. 롯데카드의 앱 ‘스마트컨슈머’도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평가를 남기면 손으로 문질러 확인할 수 있는 행운권을 준다.

등산이나 자전거 여행 등에 유용한 위치, 고도, 칼로리 소모량 등 정보를 알려주는 앱 ‘트랭글 GPS’도 게임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운동량에 따라 계급이 바뀌어 지인들과 경쟁할 수 있다. 산행시 특정 봉우리에 오르면 등반 기념 배지를 제공한다. 이 외에 앱 ‘아임 인’, 앱 ‘캐치 플러스’, 앱 ‘올레 캐치캐치’ 등도 발자국 찍기, 숨은그림 찾기 등 다양한 게임 요소를 접목시켜 인기를 끌고 있다.

◆적극적인 이용자 확보에 큰 효과

게임화 기법이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비슷해지면서 보상, 성취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활용해 재미를 주는 상품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김태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앱이 쏟아지면서 단순 가입자보다는 적극적인 이용자가 수익 창출에 더 도움이 된다”며 “게임화 기법은 이용자들을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에 앱 이용률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4년까지 세계적인 기업 2000개 중 70% 이상이 게임화를 이용한 앱을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올해 10대 기술 중 하나로 게임화를 꼽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