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차는 뭐지?”

지난 27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난지공원 부근 강변북로에 ‘트랜스포머’ 자동차가 출몰했다. 달리는 도중 지붕 위에 장착된 정체불명의 기계가 쉴새없이 움직였다. 조수석 앞 대형 노트북에는 4분할 영상이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강변북로 탐색을 끝내고 차에서 내린 사람은 정재승(32), 민두홍(30) 현대엠엔소프트 연구개발센터 DM(정보관리)팀 연구원. 이들은 자신을 “국내에서 가장 비싼 차를 타는 남자”라고 소개했다. 장비와 개조비 등 이 차에 투입된 금액은 15억원. 람보르기니나 마이바흐보다 비싸다.

겉모습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다를 게 없다. 정 연구원은 “이래봬도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의 레이더가 장착된 고정밀 지도구축차량”이라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지니’를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14억원의 최첨단 장비를 캐나다에서 공수해왔다.

장비를 차에 고정하기 위해 차체를 수차례 분해하고 조립했다. 민 연구원은 “완성된 차를 처음 도로에 끌고 나갔을 땐 사고가 날까봐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웃었다.

이 차는 시속 100㎞로 달리면서 도로와 주변 지형을 오차범위 0.5㎜ 내에서 정확히 읽을 수 있다. 1초에 100만포인트의 레이저를 발사하고 카메라 4대가 초당 200번씩 360도 회전하면서 영상을 촬영한다. 관성측정장치가 측정한 경사도를 합성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면 도로의 굴곡, 고도까지 볼 수 있는 입체지도가 완성된다.

이들은 최근 전국 고속도로 작업을 끝냈다. 지난해 6월부터 꼬박 1년이 걸렸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장비를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이 더뎠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차가 없는 새벽 1시부터 밤샘일을 했다.

“일단 차에 올라타면 화장실도 못갑니다. 휴게소에 들르면 그 구간만큼 도로 정보가 손실되거든요. 네댓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한번에 운전해야 하죠. 조수는 더 힘들어요. 모니터를 보면서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해야 하니까 멀미와 싸워야 합니다.”

입사 6년 차인 민 연구원은 지금까지 전국 방방곳곳 누빈 거리만 지구 두 바퀴 반이다. 경상도는 좁은 시골길 구석구석까지 눈 감고도 훤히 보인다고 했다. ‘현대판 김정호’다. 여수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개통되지 않은 이순신 대교에 측량기를 메고 자전거로 횡단한 일은 유명한 일화가 됐다.

이달부터 국도와 지방도로에 구간 측정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완성이 목표다. 입체지도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구축하는 데 쓰인다. 자동차가 지도에 표시된 울퉁불퉁한 도로나 푹 꺼진 곳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감속하거나 충돌방지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식이다. 교차로와 곡선도로에서 자동으로 불빛의 밝기, 방향을 바꿔주는 지능형 전조등도 가능해진다. 운전대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가변형전조등(AFLS)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현대차는 입체지도를 토대로 2015년 양산차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입체지도를 충돌방지시스템, 크루즈컨트롤 등 안전편의장치와 연동한다. 정 연구원은 “국산 기술로 개발한 무인자율주행자동차가 곧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첨단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저희를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세요. 고가장비니까 가까이 다가오진 마시고요. 하하.”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