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미러리스 카메라’에 집어넣기로 했다. 와이파이 기능과 함께 안드로이드 OS를 활용하면 카메라도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로 바뀐다는 것이다.

일본 캐논이나 니콘에 비해 광학기술이 상대적으로 뒤지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앞선 노하우를 카메라에 적용,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만들어내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안드로이드 OS 탑재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 사업부는 올해 8월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공개한다.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최고 사양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안드로이드 OS를 넣고 스크린터치 기능도 적용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OS가 적용되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카메라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용 마켓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을 다운받으면 미러리스 카메라가 찍은 고화질 사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메일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고 ‘올쉐어’ 기능을 이용하면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카메라에서 찍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스마트카메라’로 시장 흔든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OS를 카메라에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자사 카메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사용자 환경의 ‘익숙함’이 중요한 IT 업계에서 스마트폰 후광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의 강점을 우회해 공략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격이 낮은 콤팩트카메라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광학기술이 중요한 DSLR 카메라 시장에서는 아직 캐논과 니콘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DSLR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미러리스 카메라를 ‘스마트 모바일 기기’로 바꿔 DSLR 시장을 잠식해들어가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파이 기능이 카메라의 본질은 아니다”면서도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들과 바로 공유하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스마트 기능을 강화한 ‘안드로이드 카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종균 사장의 승부수

삼성전자가 미러리스 카메라에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하기로 결정한 데는 신종균 정보기술·모바일담당 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이 지난해 7월 카메라 사업 담당부서인 디지털이미징 사업부까지 관장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는 올해 초 디지털이미징부 인력의 30%에 해당하는 400여명을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겨 제품 개발을 독려해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5월 유럽 순방을 마치고 “갤럭시와 삼성카메라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0년 4월 삼성디지털이미징을 흡수합병하면서 카메라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 미러리스 카메라

반사거울과 펜타프리즘을 없앤 카메라. 화질은 DSLR 카메라에 약간 못 미치지만 크기와 무게가 크게 줄었다.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130만2000대에서 2014년 1311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26%의 점유율로 국내 2위를 차지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