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임자도.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더 들어가면 나오는 아담한 섬이다. 이 섬은 작년까지만 해도 대파를 주로 재배하는 곳이었다. 올 들어선 사정이 달라졌다. 미얀마 뿌리부추인 ‘삼채’(사진) 재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외래종인 삼채를 국내에 들여온 이는 배대열 (주)삼채 대표(53). 배 대표는 원래 ‘별난 버섯매운탕’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경영자다. 음식에 들어가는 농수산 식재료를 구하러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미얀마에서 이 채소를 발견, 삼채로 이름붙여 작년에 국내에 들여왔다. 처음엔 수입·판매에 주력하다 물류와 수급 애로 탓에 국내 재배로 방향을 틀었다.

배 대표는 지난 3월 이곳 농민 지도자들에게 계약재배를 제안, 11개 농가가 4월 중순 ‘종근’을 심었다. 오는 10월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수확해 출하할 예정이다. 대파 농사에 익숙했던 농민들은 생소한 외래 작물이 제대로 크겠냐며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이때 김대현 전 임자농협조합장(51)이 앞장섰다. 대파를 기르던 자신의 땅 6만9300㎡(2만1000평)에 삼채를 심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병충해가 없어 농약을 칠 필요가 없고 제초제도 쓰지 않아 대파 농사에 드는 영농비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며 “임자도 땅 자체가 사질토여서 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비가 와도 뿌리가 썩을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생산비가 적게 드는 데 비해 가격은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주장배 전 신안군의회 의장(64)도 삼채 농사에 뛰어들었다. 그는 “원래 임자도에서 대파를 심어왔는데 재작년에 3.3㎡당 1만5000원을 넘던 가격이 작년에는 3500원으로 폭락해 생산비도 못 건질 지경이었다”며 “가격이 불안정한 판에 각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어 대체작물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계약재배를 제안하면서 10㎏에 1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농민들은 3.3㎡당 15㎏ 정도 생산할 수 있어 3.3㎡당 1만5000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는 농가 소득이 4배 넘게 오른다는 것이다.

삼채 농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100여명의 농민들은 변비, 아토피, 생리통, 탈모현상 등 자질구레한 병들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농민은 뿌리를 말려 장아찌나 무침 반찬으로 만들어 먹거나 분쇄한 가루를 찌개 국 등에 넣어 먹고 있다.

배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원재료 검색엔진을 보면 삼채 주성분이 유황 화합물(sulphur compounds)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자세한 성분 구성을 알기 위해 경남농업기술원에 의뢰했더니 유황 성분이 삼채 100g당 600㎎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황 외에 철 망간 아연 함유량도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국내에서 삼채를 재배하고 있는 곳은 임자도를 포함해 전북 고창·김제, 경남 하동, 제주 등 99만㎡(30만평)에 이른다. 이 중 임자도 재배지가 18만4800㎡(5만6000평)다.

■ 삼채

생긴 모양과 맛이 어린 인삼을 닮았다고 해 삼채(蔘菜)라고도 하고, 쓴맛 단맛 매운맛 등 3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삼채(三菜)로도 불린다. 미얀마 북동부에 있는 샨주의 해발 1400~4200m 고산지에서 자라는 채소로 현지에서는 주밋(뿌리부추)이라고 부른다. 항염·항암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유황성분이 뿌리에 많이 함유돼 있다.

신안=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