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블루투스, GPS(위성항법장치) 등에서 세계 1, 2위를 다퉈온 영국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한다. 지분 투자까지 포함해 총 3억4400만달러(약 3940억원)를 투입한다. 삼성전자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단일 건으로 쓴 가장 많은 액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모바일AP 사업을 강화하고, 다가오는 사물지능통신, 즉 M2M(Machine-to-Machine·머신투머신)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GPS 블루투스칩 만들어쓴다

삼성전자는 영국 CSR(Cambridge Silicon Radio)사의 모바일 부문을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블루투스 와이파이 GPS 등 무선 데이터통신의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이 회사 인수가는 3억1000만달러(약 3546억원)다. 관련 특허와 기술 라이선스, 개발 인력 300여명을 함께 사들인다. CSR사에 3400만달러를 별도 투자, 지분 4.9%를 확보해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AP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7년부터 전략적으로 투자해온 모바일AP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2008년 글로벌 10위권에서 2011년 5위로 견인한 제품이다. 갤럭시폰에 들어가는 엑시노스칩뿐 아니라 애플 아이폰의 A5X칩을 수탁생산하며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모바일AP 시장에서 72.6%(단일칩 기준)의 점유율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조만간 퀄컴의 스냅드래곤S4 칩도 수탁생산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엔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AP 외에 무선 통신을 담당하는 통신칩, 와이파이ㆍ블루투스 등을 지원하는 커넥티비티칩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커넥티비티칩을 사서 썼다. GPS 세계 1위(점유율 41%), 블루투스 세계 2위(36%)인 CSR사의 기술로 커넥티비티칩을 자체 조달할 경우 모바일AP와 설계, 판매 등에서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 모바일AP와 커넥티비티칩은 통합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모바일AP는 단일칩, 그리고 통신칩과 하나로 합쳐놓은 통합칩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단일칩에선 1위지만 통합칩 시장에선 퀄컴에 뒤진다. 통신칩 회사로 커온 퀄컴은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이제 퀄컴을 겨냥하고 있다. 커넥티비티칩에 이어 통신칩 회사를 사들일 것이란 소문이 나온다.

모바일AP 시장은 스마트 시대를 맞아 급성장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지난해 85억달러에서 2015년 374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4년 만에 4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M2M 시대 대비

최근 IT업계의 새 화두로 떠오른 게 M2M 시장이다. 사람을 매개하지 않고 기계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M2M은 자동차 텔레매틱스와 가스·상수도 원격검침 등부터 시작돼 의료, 물류, 유통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기계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M2M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될 텐데 그때 가장 필요한 기술이 와이파이 등 무선 데이터통신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같은 근거리 통신기술의 도달거리와 데이터 전송량이 늘어나며 M2M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인수한 나노라디오와 CSR사의 공통점은 무선 데이터통신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CSR사는 블루투스 분야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가진 업체이며 나노라디오는 저전력 와이파이 솔루션 개발업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노라디오와 CSR 모바일 부문 인수로 세계 수준의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술을 확보했다”며 “향후 커질 무선 커넥티비티(연결) 시장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M2M

Machine-to-Machine. 사물지능통신이라고 불리며 기계 간 통신을 의미한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 무선데이터 통신기술을 통해 기계끼리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다. 자동차 텔레매틱스와 가스·상수도 등 원격 검침, 사물 위치 추적 등부터 물류·유통, 보안·관제, 의료, 자산 관리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