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어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목적지가 반대편으로 바뀌면 선두가 꼴찌가 된다. 국내 인터넷 환경이 이 꼴이다. 1990년대 후반 전자금융, 전자정부 등을 도입하면서 ‘액티브X’라는 설치파일을 앞장서 채택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OS)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스스로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 사이트를 이용하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첨단 모바일 기기에서 제대로 열리지 않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웹 표준과 동떨어져 ‘갈라파고스’란 비판까지 받을 정도다.

◆액티브X와 낡은 브라우저

차세대 웹 표준 HTML5가 주목받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HTML5는 OS, 브라우저, 단말기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 웬만한 프로그램은 플러그인 없이도 실행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HTML5는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가 표준화를 주도하고,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앞장서서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다음 등이 HTML5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초기단계다. 세계 100대 사이트의 HTML5 채택률은 44%에 달한 반면 국내 60대 사이트의 채택률은 11.7%에 불과하다.

HTML5로 전환하려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액티브X다. 200대 사이트 중 74%가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다. HTML5를 지원하지 않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6부터 8까지 버전이 전체 브라우저의 절반을 넘는 것도 문제다. 방통위와 포털 사업자들은 브라우저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라고 권유하고 있으나 전환이 더디다. 익스플로러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것도 걸림돌이다.

◆개발자 인식전환이 중요

방송통신위원회도 ‘비표준 인터넷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HTML5 확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액티브X 없이도 작동하는 ‘웹 기반 전자서명 기술’을 개발해 W3C 표준화를 추진하고, 내년부터 2015년까지 200개 사이트(공공 15개, 중소기업 185개)의 HTML5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또 2017년까지 3000명을 대상으로 HTML5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중소 벤처기업들에 컨설팅도 해주기로 했다.

W3C 한국지부 책임자인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비스융합표준연구팀장은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표준’을 기반으로 개발하겠다는 개발자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도 있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