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체인 알앤엘바이오가 성체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절차를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 과정을 단축해 안전성 및 효능 검증 절차가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앤엘바이오는 지난달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조인트스템’에 대한 신약 품목허가 신청을 식약청에 냈다. 이 회사는 이 약에 대해 임상 3상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을 했다.신약 품목허가 기간이 적게는 6개월에서 1년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내 허가가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조인트스템의 임상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이 약은 보라매병원 등과 4년여 동안 15명 안팎을 상대로 임상 1·2상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안전성을 보는 1상과 약효가 있는지 알아보는 2상을 함께 마친 것이다. 여기에 3상(약효 확증)의 조건부 허가 신청까지 내 5년여 만에 신약 허가 절차를 모두 밟게 되는 셈이다.

알앤엘바이오는 또 희귀질환인 롬버그병치료제인 리포스템에 대해서도 서울아산병원과 ‘연구자 임상’을 마치고 최근 2상을 신청했다. 자가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전문학회에 논문을 내는 등 연구자 임상을 거치면 임상 1상을 면제하도록 관련 규정이 올해 2월부터 바뀌었다. 리포스템 역시 희귀질환치료제임을 감안하면 2상 직후 바로 신약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또 전립선암 수술 후 음경해면체 신경이 손상된 쥐에게 자가지방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음경내압이 증가, 발기부전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전임상 연구 결과를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내놨다. 이 기술 역시 자가줄기세포임을 감안하면 연구자 임상 후 바로 임상 2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임상 제도가 희귀의약품과 자가줄기세포치료제를 표방하면 ‘임상특혜’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알앤엘바이오의 자가지방유래 다분화능 줄기세포 제조 기술은 국내외에서 특허를 등록할 정도로 ‘기술의 새로움(신규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임상 과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여부, 증상 호전이 아닌 명백한 치료효과 입증은 기술 보유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춘원 특허청 생명공학심사과장은 “외국은 기술이 우리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보수적 기준 때문에 통상 임상기간이 10년이상 걸린다”며 “(알앤엘바이오는) 임상례를 더 많이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세포유전자치료제과 관계자는 “(품목허가를) 규정과 절차에 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과속여부에 대해)과학적 검증을 하겠다”고 말했다.알앤엘바이오 측은 “그동안 약효를 검토한 결과 임상3상을 굳이 진행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 조건부 품목허가

바이오 의약품 가운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혹은 긴박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희귀의약품, 항암제 등 특수한 경우 임상 2상을 마치고 바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

◆ 연구자 임상

제약사 등이 연구자에게 먼저 의뢰하는 통상적 임상(SIT·sponsor initiated trial)과 달리 연구자가 먼저 제약사 등에 의뢰해 임상 절차를 주도해 나가는 것.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