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독서에서 인기 있는 게 자기계발서다. 현대인들은 그 안의 조언과 충고를 읽으며 자신을 가다듬고 발전시키려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결심이 단단하지 않거나 처방이 근본적이지 않아서다. 유행하는 흐름이 지나가면 또 다른 조류가 인기를 얻는다.

저널리스트이자 영국 최대 규모의 철학 커뮤니티 ‘런던필로소피클럽’의 공동창립자인 줄스 에반스가 쓴 《철학을 권하다》는 ‘근본적 자기계발서’라 평할 만하다.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 학파, 플라톤주의 등 고대 철학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삶을 바꾼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자기 자신을 움직이는 내면을 바꾸는 게 삶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졸업과 동시에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이때 그를 구해준 것이 ‘인지행동치료’였다. 인지행동치료는 어떤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개발자인 앨버트 엘리스는 고대 철학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이 치료법을 만들었다. ‘인간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불안해진다’는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 대표적이다. 저자 스스로 고대철학을 통해 삶을 변화시켰던 셈이다.

이런 경우는 많다. 론다 코넘은 제1차 걸프전쟁 때 미국 공군 군의관으로 일하다 폭격을 당했다. 양팔이 부러지고 무릎인대가 파열된 채 전쟁포로가 됐고 강간까지 당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삶의 의지가 꺾였을 정도의 경험이다. 하지만 코넘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전쟁포로가 되는 건 삶 전체를 강간당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잖아요. 그 상황을 타개하는 걸 임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자세는 에픽테토스가 설파했던 내용과 같다. 그는 이성을 통해 외부조건에 대한 집착이나 혐오를 조절하면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넘은 사실 스토아 철학의 자세로 스스로를 구해냈던 것이다.

위험한 지역인 시카고 북부에서 자란 제시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겁쟁이라고 여겼다.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던 그에게 도움을 준 건 아버지가 선물한 책에서 접한 철학자 세네카였다. 세네카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평소 ‘생각’을 통해 화가 무엇인지, 나를 화나게 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알고 화가 치미는 순간에 조금 더 생각하라는 거였다.

“그의 말들이 내 가슴에 와서 박혔어요. 세네카는 윤리적이고 강직한 사람이었어요. 옳은 일을 했지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였다면 나는 그에게도 화를 냈을 겁니다.”

이 책의 기본 전제는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따른다면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소크라테스식 접근법이다. 저자는 고대세계의 자기계발은 현대보다 훨씬 포괄적이었다고 말한다. 현대의 자기계발은 원자화된 개인만을 이야기하지만 고대에는 정치적인 것, 우주적인 것과 관련지어 설명했다는 얘기다. 한두 달 실천하다 새로운 자기계발법이 유행하면 버려질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고대인들은 철학을 정신적·육체적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가령 ‘생각하는 능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생각, 즉 철학이다. 이 책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삶을 사랑하는 기술’을 연마할 첫걸음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