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변화로 이어온 진화의 시대가 가고 불연속적이고 비선형적인 혁명의 시대가 왔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의 말이다. 변화 양상 자체가 급변해서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시대가 돼버린 오늘날을 정의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계획’은 대니얼 핑크의 말처럼 난센스이고 완벽한 쓰레기일지 모른다. 변화를 예측하는 순간도 변화해서 ‘무엇이 언제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예상하고 계획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과거와 단절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 ‘계획’으로 움직이던 과거를 버리고 내부로부터 혁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혁명의 이데올로기는 무엇일까. 바로 ‘스캣(SCAT)’이다.

스캣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기응변의 기술, 창의력과 순발력, 판단력으로 반짝이는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극복하고 원하는 결과를 성취해내는 능력,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스포츠는 순간의 선택들이 시합의 승부를 가른다. 야구에서 타자가 선구안을 발휘할 시간은 고작 0.4초다. 축구에서 스트라이커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읽고, 달려드는 수비수와 가로막는 골키퍼를 피해 골을 넣기 위한 슛을 결정하는 시간도 거의 순간에 가깝다. 그 순간의 선택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든다.

GS칼텍스(옛 호남정유) 기획부와 산업연구원(KIET)에서 쌓은 실무를 겸비한 권업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캣》을 통해 스포츠처럼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비즈니스 능력은 스캣, 즉 ‘순간 대처 능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재즈 가수들이 가사 대신 즉흥적으로 흥얼거리는 재즈의 한 창법이 어원인 스캣을 비즈니스에서 예상치 못한 긴박한 상황에서 판단과 실행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지는 창의적인 대응방법으로 치환시켰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스캣의 달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리새싹으로 한겨울에 잔디를 꾸미고,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대한민국의 조선 능력을 가늠하게 한 일화는 좋은 스캣의 사례들이다.

오프라 윈프리도 빼놓을 수 없는 스캣의 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토크쇼에서 근친상간의 성폭행을 털어놓은 출연자의 돌발적인 행동에 자신 역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공감의 스캣’으로 방송사고의 순간을 감동의 순간으로 역전시켰다.

스캣은 때로는 생명을 구하고, 역사를 바꿨다. 2009년 1월 승객과 승무원 156명을 태운 US 에어웨이 항공기가 단 한 명의 인명피해 없이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것도 슐렌버거 기장의 스캣 덕분이었다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 항공모함의 2차 공격에 대한 판단을 지체한 나구모 제독은 태평양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가 스캣하지 못하고 흘려버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삶이 곧 스캣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대응하는 ‘즉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역시 스캣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올지 몰라 두려운 미래를 무리하게 예측하는 대신, 차라리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변화를 예측하는 대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 즉 스캣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대인들에게는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스캣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바꾸고 또 바꿔라, 입장 바꿔 생각하고 실패 확률이 70%면 도전하라, 규칙과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노키아와 소니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너무나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대응하다 결국 무너졌다. 하나의 예상이 빗나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몰렸지만, 그들은 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착했다가 몰락했다. 반면 애플은 시장과 소비자의 환경 변화에 맞춰 계획을 계속 수정하며 제품과 콘텐츠를 확보해 나갔다. 오늘날처럼 시장환경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화가 빨라지는 파괴소비시대에는 노키아와 소니의 치밀한 계획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 등도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며 패스트패션 체제를 이끌고 있다. 스캣은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이다. 내일을 고민한다면 스캣하라.

김은섭 < 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