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기 '젤리빈' 장착한 구글ㆍ삼성 연합군 "새 아이폰 나와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정보기술(IT) 강자들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자신이 강한 분야를 지키면서 상대방이 점령하고 있는 영역에 뛰어들어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개별 기업 간 경쟁이라기보다는 ‘전 세계 IT 생태계 간 충돌’이라 할 정도로 전선이 넓게 형성되고 있다.

전선의 윤곽은 최근 보름 사이에 모두 드러났다. 애플은 지난 11일 새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일 ‘윈도폰8’을 선보였다. 27일엔 구글이 안드로이드 4.1(젤리빈)을 내놓았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이런 OS를 탑재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패권 싸움이 벌어진다.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대전이다. 애플은 가을쯤 iOS6를 탑재한 아이폰 신제품(가칭 아이폰5)을 내놓는다. iOS6에서는 음성개인비서 ‘시리’ 기능이 한층 강력해지고 페이스북을 이용하기가 편해진다. 페이스타임 영상통화도 이동통신망에서 쓸 수 있다.

때마침 구글이 새 OS ‘젤리빈’을 공개했다. 삼성은 기존 갤럭시폰 OS를 젤리빈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한편 젤리빈 탑재 신제품을 내놓고 아이폰 신제품에 맞선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이끄는 윈도폰 진영은 ‘윈도폰8’에 목숨을 걸었다. 자체 OS ‘심비안’을 버리고 ‘윈도폰 올인’을 선언한 노키아는 ‘윈도폰8 탑재 스마트폰’마저 뜨지 않으면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태블릿 시장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애플을 협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서피스'와 구글이 공개한 '넥서스7'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관건이다.

‘음성 경쟁’도 뜨거워진다. 애플은 자동차 메이커들과 손잡고 운전 중 휴대폰이나 차량 내부 기기를 말로 작동시키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젤리빈에 긴 문장도 말로 입력할 수 있는 음성입력 기술을 적용해 애플 시리에 맞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S보이스’ ‘퀵보이스’라는 음성개인비서를 내놓았다.

컴퓨터 시장에서는 정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애플은 ‘마운틴 라이언’(OS X 10.8)을 탑재한 노트북으로 윈도 진영을 공격한다. 구글은 ‘크롬북’으로 아예 판을 바꾸려 하고 있다. 크롬북은 클라우드 컴퓨팅(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사업자 서버에 저장해놓고 사용) 방식의 노트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을쯤 내놓을 ‘윈도8’으로 이들의 공세를 격퇴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IT 강자들이 상대 영역을 공격하며 스마트 기기 세계대전을 시작함에 따라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업체들도 싸움에 얽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C 시장 우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군이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양다리를 걸치는 전략도 써야 한다.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패권을 잡거나 살아남기 위한 큰 싸움은 불가피해졌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