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이 미국 최고의 장수촌이 됐다. 기대수명이 82.0세(워싱턴대 보건통계평가연구소 보고서, 이하 2009년 기준)라고 한다. 미국인 평균 78.2세보다 3세가량 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 2위인 일본(83.0), 스위스(82.3)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80.3세(남자 76.8, 여자 83.8)로 OECD 평균(79.5)을 넘고 있다.

맨해튼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살인 강도 등으로 악명높은 우범지대였다. ‘뉴욕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까지 돌았다. 연간 60만건이 넘는 범죄가 발생했고, 그로 인한 사상자들 때문에 기대수명은 다른 도시보다 훨씬 짧았다. 그런데 1987~2009년 동안 맨해튼 시민의 기대수명은 10년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인 평균 수명은 1.7년 증가에 그쳤다.

뉴욕시장의 反포퓰리즘 소신

우범지대 맨해튼이 어떻게 장수촌이 됐을까.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94년부터 지하철 차량과 길거리에 그려진 낙서를 싹 지우고 쓰레기 투기 등 경범죄를 엄중 단속했다. 그 결과 범죄발생건수가 75% 이상 줄었다. “작은 범죄를 방치하면 도시전체가 무법천지가 될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1982년 제임스 윌슨 전 하버드대 교수 발표)’의 경고를 받아들인 것.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비만과의 전쟁’도 시민의 수명 연장에 큰 몫을 했다. 그는 음식점 트랜스지방 사용 금지, 담뱃값 인상, 공공장소 금연, 자전거 전용도로 신설, 프랜차이즈 메뉴판 칼로리 함량 표기 의무화 등 초강력 보건정책을 펴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식당이나 극장, 가판대 등에서 설탕이 들어간 대용량(16온스,약 480㎖) 콜라나 커피 등의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설탕음료를 못 마시게 하는 유모국가냐?’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블룸버그 시장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블룸버그 시장은 포퓰리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4월25일 뉴욕시 의회가 통과시킨 저임금 근로자 봉급인상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크리스틴 퀸 시 의회 의장의 서명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시민들의 세금부담과 기업 비용을 늘리는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對기업 서비스 정신 배워야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뉴욕시를 세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창업뿐 아니라 기업이 자유롭게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 고객 서비스 구상’을 발표했다. 시 산하에 최고비즈니스운영책임자(CBOO·Chief Business Operation Officer) 직책도 뒀다.

세계적인 통신사 블룸버그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 여덟 번째 부자(2010년 기준 개인자산 180억달러)다. 2007년부터 세계 금연운동에만 총 6억달러를 기부하는 등 자선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팔로어 26만명이 넘는 그는 트위터에 자신을 기업가, 뉴욕시장, 박애주의자라고 소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C40 기후리더십그룹 회의에 참석, 블룸버그 시장을 만났다고 한다. 26일 취임 8개월을 맞는 박 시장에게 12년째 뉴욕시장을 하고 있는 70세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반(反)포퓰리즘, 대(對)기업 서비스 정신이 큰 숙제로 다가가길 바란다.

최명수 국제부장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