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에게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은 남성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배뇨를 어렵게 해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큰 고민거리다. 별개의 질환인 것 같아도 신기하게도 발병률에서 상호 비례관계가 높다.

국내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의 85.2%가 전립선 질환을 앓고 있다. 핀란드에서 진행한 추적 연구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을 가진 남성의 발기부전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3배나 높았다.

올해 유럽비뇨기학회에서는 전립선 비대증과 성기능 장애 환자를 조사한 결과 두 가지 질환을 함께 가진 사람이 조사 대상의 50%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전립선 비대증과 발기부전은 왜 동시에 나타날까. 이를 한꺼번에 치료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남성의 ‘삶의 질’ 떨어뜨리는 쌍둥이 질환

전립선 비대증은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영국비뇨기학회지(BJU)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 중년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76%가 야간뇨와 이로 인한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71%는 전립선암에 대한 공포, 66%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10명 가운데 6~7명 정도(66%)는 성(性)생활의 질적 저하를 호소했다. 또 중년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47%는 전립선 비대증과 관련 깊은 하부요로(방광·요도) 증상으로 인해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발기부전도 마찬가지다. 4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52%)이 호소하는 발기부전은 사회 생활의 위축과 우울증을 초래한다. 하부요로 증상은 특정 질환은 아니지만 전립선 부피의 확장, 요도 압박 및 폐색, 방광 자극 등을 호소하는 증상군으로 전립선 비대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배뇨근 과잉 반응 등 복합적인 요인이 걸려 있다.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이 함께 발생하기 쉬운 이유는 두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같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은 음경에 공급되는 동맥 혈류의 부족이 원인인데, 이런 만성 허혈(피가 부족한 증상)은 방광의 순응도와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전립선 구조의 변형을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발기부전이나 전립선 비대증 중 한 질환을 가졌다면 다른 질환도 가졌거나 앞으로 가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감별하고 치료하나

발기부전은 기질적 또는 심인성 원인에 의해 남성의 성기가 발기하지 않거나, 발기 상태가 지속되지 않아 성행위를 할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졌을 경우 발기부전으로 정의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오줌 줄기가 약해 자주 끊기고, 소변을 봐도 덜 본 듯한 잔뇨감이 들며, 소변을 볼 때 힘을 줘야 하거나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다. 또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보고, 급박해서 참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성원 대한남성과학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아시아 노인의 72%가 성적인 의욕이 왕성하지만 68%는 사정 장애, 63%는 발기 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활발하고, 하부요로 증상을 방치하면 자칫 응급뇨 폐색(닫혀서 막히는 증상)으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부요로 증상과 발기부전을 동반하는 환자의 숫자는 50대 이후 나이와 뚜렷한 비례관계를 보이며 증가한다. 전문의들은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두 질환을 한꺼번에 잡으려면 그 근거가 되는 기초질환을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기부전 환자의 70%가량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40%가 심장 관상동맥 경화증(심장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피떡인 혈전이나 지방이 쌓여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현상)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3분의 2가량이 발기부전을 호소한다. 따라서 이들 만성질환 및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을 먼저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두 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는 치료약물 등장

전립선 비대증에서 수술 치료는 후유증이 있는 데다 환자들이 대개 노인층이어서 중증 환자가 아니면 되도록 약물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전립선 비대증에는 알파-교감신경을 차단, 전립선 및 요도와 인접한 근육의 압력과 긴장을 낮추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에서 안드로겐 작용을 억제해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안드로겐 억제제’(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가 주로 쓰인다. 그러나 안드로겐 억제제는 발기력 저하, 정액 감소가 심한 편이다.

먹는 발기부전약으로는 음경의 혈류를 막는 ‘PDE5 효소’의 발현을 억제하면서 발기를 돕는 ‘PDF5억제제’가 주로 처방된다. PDE5억제제와 알파차단제를 함께 사용하면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 중인 가운데 최근 한국릴리의 시알리스(타다라필) 저용량(5㎎)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 증상을 동시에 치료하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다. 시알리스 5㎎은 원래 매일 한 번 복용함으로써 발기 유지 능력을 갖추게 하는 약으로 허가받았지만 이번에 적응증 추가 승인으로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단독으로 투여할 수 있게 됐다.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에도 처방할 수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