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페이스북도 '모바일 승자' 장담 못해"
“카카오톡은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서 진화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입니다. 수익 모델만 찾으면 막강한 플랫폼이 될 수 있어요.”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47·사진)가 지난 주말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워크숍에서 ‘SNS와 비즈니스’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이 대표는 “싸이월드는 ‘내 공간’으로 친구들을 불러들이는 서비스인 반면 페이스북은 친구들 소식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한 서비스”라며 “그러나 페이스북도 계속 진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플랫폼에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모바일 시대에서는 SNS 경쟁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이메일을 기반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모바일 시대에도 승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톡은 페이스북과 달리 스마트폰 연락처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SNS에서는 ‘소유’가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이 100조원 평가를 받은 것은 회원들이 가치 있는 콘텐츠를 등록해주기 때문”이라며 “훨씬 가치 있는 콘텐츠를 소셜 공간에 등록하게 하려면 소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책으로 내지 않고 SNS에서 공유하는 게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싸이월드를 창업한 계기가 ‘빨간 스포츠카’였다고 밝혔다. LG CNS 엔지니어 시절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빨간 스포츠카가 빠르게 추월해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걸 보고 ‘버스에서 내려 스포츠카를 몰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스포츠카는 염두에서 떠나지 않았고 KAIST 동료들과 싸이월드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창업 후 망망대해에 빠져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거려야 했다고 얘기했다. “이젠 월급도 못 받지, 회계사 법무사 만나야지, 세금 신고하러 다녀야지, 괜찮다 싶어 뽑아 놓으면 나가기 일쑤지, 월급 제때 안주면 째려보지…. 그때 타고 있던 게 버스가 아니라 배라는 걸 알았더라면 훨씬 착실하게 창업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준비 안된’ 청년창업에 대해 ‘학도병’이란 표현을 썼다. 그만큼 위태롭다는 뜻이다. “창업할 땐 매출 그래프가 곧장 오른쪽 위로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부터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자신은 “이 과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통풍에 시달렸고 협심증과 녹내장으로 고생했다”며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를 ‘퍼즐 맞추기’에 비유했다.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비즈니스에서는 퍼즐을 맞춘 사람에게만 상을 준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퍼즐 조각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창업할 땐 아이디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발견이었다.”

그가 발견한 것 중 하나는 싸이월드 가상 화폐 ‘도토리’였다. 이 대표는 가상 화폐를 ‘도토리’로 작명한 과정도 소개했다. 어린 시절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던 도토리 생각이 나서 “도토리라고 하자”고 했더니 직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그는 직원들을 한 명씩 설득해 2차 투표 끝에 동의를 받아냈다.

양평=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