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줄기세포 논문조작 논란을 보면서 이것이 이공계만의 문제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엄정한 실험이나 논거를 바탕으로 독창성이 인정돼야 논문으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은 다른 분야라고 다를 게 없다. 아니 자연과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조작이 덜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인문사회 쪽은 과연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특히 폴리페서의 중추를 이루며 오늘도 정책을 팔고 프로젝트를 팔기에 여념이 없는 허다한 경제학자들은 논문 조작과 표절에서 자유로운 것인가.

그래도 이공계는 자정능력이라도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2005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에 이어 이번 논문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도 바로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였다. 이들은 대학마다 설치된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무색할 정도로 논문조작을 정확히 집어낸다. 이에 비하면 경제 쪽은 브릭 같은 감시단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학회들이 난무하는 것부터 그럴 개연성을 높인다. 이름이 알려진 경제 관련 학회만 50개가 넘는다. 이런 학회를 통해 ‘논문 품앗이’ ‘인용 품앗이’ ‘감투 품앗이’가 횡행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경제 등 인문사회 계통 교수들이 장관 등 고위인사로 발탁됐을 때 논문 표절이나 조작 시비를 비켜가기 어려운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오죽하면 논문이 하나도 없어야 문제될 것도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할 정도다.

학위가 남발되는 것도 경제 쪽이 훨씬 심하다.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들이 땄다는 학위를 보면 십중팔구 경제학 박사 아니면 그 비슷한 부류다. 미국에서 컴퓨터만 돌리다 와선 정치경제학이 전공인 것처럼 온갖 분야 국정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곤 바로 새 학회를 만들어 내고 정책 장사꾼으로 변모한다.

때마침 한국경제학회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여기에 제출된 논문부터 조작이나 표절은 없는지 엄정한 조사를 시작해 보자. 내친 김에 경제학 교수들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발표 논문들을 검증해 보는 건 어떤가. 학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기어이 외부의 수술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