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재공모’ 절차까지 밟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수력원자력의 신임 사장에 김균섭 신성솔라에너지 부회장이 11일 선임됐다. 신임 김 사장은 지식경제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과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민간 기업인 신성솔라에너지에서 3년 가까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다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다시 복귀했다.

◆산업·자원 전문성 부각

지경부 출신 민간기업 CEO들이 뜨고 있다. 에너지·자원, 산업을 총괄하는 업무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을 살려 경쟁이 치열한 민간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민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희범 STX중공업·건설 회장(행시 12회)이 꼽힌다. 산자부 장관과 무역협회장을 지낸 뒤 2009년 3월 STX에 합류한 이 회장은 얼굴 마담이 아닌 전형적인 영업형 CEO다. 이라크 두바이 등 중동 지역을 샅샅이 훑으며 STX의 해외사업 수주를 이끌고 있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도 지경부 후배들의 롤모델이다. 행시 17회로 특허청장, 산자부 차관 등 주요 직책을 거친 행정 전문가다. 뚝심있는 업무 추진력과 뛰어난 대외 협상력으로 하이닉스의 미래경쟁력을 높였다는 평이다. 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도 산자부 무역투자실장과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거쳐 민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케이스다. 최근엔 조선 건국 일등공신인 정도전의 삶과 사상을 소재로 ‘조선 최고의 사상범 정도전’을 출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광고회사인 한컴을 이끌고 있는 장일형 사장도 상공부 출신(행시 14회)이다. 산자부 조선과장을 하다가 1996년 삼성전자로 옮겼던 그는 2005년 한화로 이직해 홍보그룹 책임자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2월부터 광고자회사인 한컴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도 정보기술(IT) 업계를 거쳐 증권맨으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86년 기술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2000년 다우기술 부사장을 거쳐 2009년 키움증권 대표에 취임했다. 김앤장에서 변리사팀을 총괄하는 백만기 변리사는 상공부 반도체산업과장 시절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덤핑공세를 잘 방어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허청 심사4국장 등을 거치며 공직생활 중 많은 시간을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보낸 국내 특허산업의 산증인이다.

◆에너지 분야 출신 ‘두각’

최근 에너지 분야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기업들은 자원 행정경험을 가진 지경부 출신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병호 STX에너지 사장은 산자부 산업기술국장(행시 14회) 출신으로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에너지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STX그룹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총괄하며 그룹 내 미래 사업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한준호 삼천리 회장도 행시 10회로 동력자원부 자원개발국장, 한국전력 사장 등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다. 도시가스 업체인 삼천리를 발전소 등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상렬 OCI 부회장도 산자부 출신(행시 18회)의 에너지 전문가다.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지내다 2010년 4월 태양전지 원료를 만드는 OCI로 옮겼다. 최홍건 동부그룹 제조서비스 분야 회장 겸 동부발전 회장은 산자부 차관 출신으로 친환경 발전사업 등 그룹 신수종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