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유통업체 영업담당 부사장을 끝으로 3년 전 직장을 그만뒀던 김정수 씨(56). 자신감에 넘치던 그는 퇴직 후 6개월 만에 창업했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A급 상권인 종로 관철동의 먹자골목에 육회전문점을 열었다가 이내 폐업신고서를 냈다. 김씨는 “소점포 창업은 가게 자리를 잘 잡는 게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상권과 업종의 궁합은 필수

김씨는 당시 유행하던 육회전문점에 눈길이 쏠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몇 군데를 알아봤다. 가맹본부가 권유한 가게 입지는 강북 도심에서 명동 다음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는 황금상권인 관철동. 현장을 가보니 주변에 육회전문점이 별로 없었다. 손님을 독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가맹본부가 가게를 보여준 당일 점포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개점 첫날부터 대박의 환상은 깨졌다. 김씨는 “오픈 첫날 주방설비가 도착하지 않은 데다 주방장마저 오지 않아 난감했다”며 “개점 이후에는 가맹본부 사람들이 잘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개점 후 하루 평균 70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벅찼다. 주점이지만 점심 메뉴까지 추가, 몸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한 달 매출은 2000만원을 밑돌았다. 결국 4개월을 버티다 투자비 2억2500만원을 겨우 건지고 가게를 넘겼다.

그는 두 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치킨점을 선택했다. 첫 사업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에는 동네상권에 잘 먹히는 대중적인 업종으로 승부를 걸었다.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넉 달 동안 발품을 판 끝에 서울 등촌동에서 원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투자비 1억원을 들여 66㎡ 규모의 치킨매니아 등촌점을 열었다. 김 사장은 “주상복합 건물 1층이어서 기본 수요가 뒷받침되는 데다 길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있어 쇼핑을 마친 주부들의 눈에 노출이 잘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방쪽으로 문을 내 테이크아웃 손님을 받고, 매장 외부에는 테라스를 펼쳐 맥주를 즐기려는 손님들도 끌어들였다. 이 가게는 요즘 한 달에 5000만원 이상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매출 대비 이익률도 20% 선에 달한다.

이 가게를 컨설팅했던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김 사장은 상권과 업종의 궁합을 도외시한 채 좋은 상권에 진입하는 데만 집착해 실패를 맛봤지만 이를 딛고 동네상권에 걸맞은 치킨점을 선택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창업비용에 맞는 브랜드 골라야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3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검증된 브랜드를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비창업자는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보공개서에는 지역별 가맹점 수와 연간 평균 매출 등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다만 공정위의 업데이트 작업이 더딘 게 흠이다. 과거 몇 년간의 흐름을 체크하면서 최신 정보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최근에는 생계형 브랜드 외에 중산층과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형 아이템도 등장했다. 투자형 브랜드로는 카페베네와 BBQ멀티카페가 대표적이다. 카페베네는 매장면적 132㎡(40평)를 기준으로 2억4000만원 안팎의 투자비가 든다. 여기에 점포임대비까지 포함하면 창업비가 적어도 5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브랜드가 잘 먹히는 서울·수도권의 오피스 상권에서 132㎡ 규모 매장을 얻으려면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3억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1억원대로 창업할 수 있는 브랜드도 있다. 본죽은 33㎡ 매장을 기준으로 5410만원을 내면 가맹점을 낼 수 있다. 수원 인계동 오피스상권의 한 가맹점은 점포비를 합쳐 총 투자비 1억5410만원을 들여 한 달 매출 2500만~2800만원을 올리고 있다. 본죽 가맹본부는 매출 대비 이익률이 평균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가네김밥은 33㎡ 매장 기준 4300만원을 투자하면 가맹점을 낼 수 있다. 점포임대비를 합치면 1억원 정도의 창업비가 드는데, 평균 이익률은 20~25% 수준이라고 본사 가맹담당자는 설명했다.

◆최우선 고려사항은 안정성

국내 자영업 시장은 과당경쟁 상태이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탓에 매출이 적어 세금을 못내는 곳도 전체 자영업자의 3분의 1에 이른다는 게 국세청의 지적이다.

예비창업자의 첫 번째 수칙은 안정성이다. 가진 돈을 ‘몰빵’해서는 안되며, 가게를 낼 때까지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 대박의 환상을 갖는 것도 금물이다.

이종호 외식창업문화연구소장은 “장사의 세계에선 ‘10·20·30의 법칙’이 있는데, 이를 목표로 삼고 점포경영에 임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점포의 월세, 인건비, 재료비’를 각각 ‘매출의 10%, 20%, 30%’에 맞추면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