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택시업계 노사가 오는 20일 하루 파업을 예고, ‘택시 교통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시업계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택시업계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택시업계가 노사 한목소리로 “정부와 지자체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연내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선언함에 따라 양측 간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택시 교통대란’ 가능성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 4개 단체는 “엑스포가 진행 중인 전남 여수를 제외한 전국의 택시가 오는 20일 운행을 중지하고 서울 시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택시 사업주와 노조가 공동 집회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요구안은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 △LPG 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감차(減車) 보상대책 등 5가지다. 이 중 핵심은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버스, 지하철, 열차만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된다. 택시는 대중교통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업계에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나 택시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지원 확대 등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대선 이전에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의 택시는 25만여대에 달한다. 이 중 법인택시가 36%인 9만여대, 나머지는 개인택시다. 법인 택시는 사업자가 운행 중지를 결정할 수 있으나 개인 택시는 강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일 전면적인 택시파업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전체 7만2300여대 중 법인 택시가 2만8000여대인 서울에서는 시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정부·지자체, 택시업계 요구에 난색

택시업계의 강경한 입장에 정부도 발빠르게 설득작업에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12일 택시업계 노사 관계자들과 만나 파업 철회를 설득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18일 E1, SK가스 등 LPG 업계와 만나 LPG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택시업계의 다른 요구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택시업계가 어려운 사정에 놓여있는 건 맞다”면서도 “(택시의) 대중교통수단 포함 여부는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택시업계의 5가지 요구 중 ‘택시요금 현실화’와 ‘감차 보상대책’은 지자체의 권한이다. 서울 택시업계는 현행 기본요금 2400원에서 500원 인상을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연내 인상은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감차 보상 문제도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다. 서울시는 7만2300여대인 택시를 7만대까지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은 엄두도 못 낸다. 택시업계가 시장가격(대당 7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최소 1억원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