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ABC

재계에서 알아주는 홍보전문가 권오용 SK그룹 고문(57·사진)이 한국경제와 사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현장을 뛰어다녔던 저자의 시각`이 실감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최근의 경제·사회정책은 기대가 과장됐고 현실 또한 이성적으로 정비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반값 아파트’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싸고 좋은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기존 주택시장의 안정화에도 기여한다는 취지였던 이 정책이 집 가진 사람은 하우스푸어가 되게 하고 집 없는 사람은 전세난 때문에 갈 곳조차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값’이라는 통큰 정책이 민간 건설업계를 고사시키고 주택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돈은 정부보다 민간이 더 잘 쓴다고 주장한다. 권력이 돈맛을 보면 부패한다는 것을 알면 정책의 방향이 바로 잡힐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재직 시절 ‘재계의 꾀돌이’로 불렸다.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구조조정과 위기관리에서 성과를 올렸다. 동아생명 인수, 이베이의 옥션 인수·합병, 팬택과 큐리텔의 합병,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등이 그가 관여해 성공시킨 프로젝트들이다. 전경련 국제경제실장으로 일할 때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힘을 보탰다.

저자는 그동안 ‘디지털 원시인’으로 살았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검색은 못해도 사색은 좀 했다”는 것이다. “그게 글을 쓰게 된 원동력이며, 글을 쓰면서 행복을 배웠다”고 말한다.(권오용 지음, 조선매거진, 223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