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회수동의 한라산 중산간 지역. 트레블러스호텔이 있던 해발 350m 숲 속에선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호텔 건물은 뼈대만 남긴 채 해체해 새단장을 준비하고 있고, 호텔 주변의 아스팔트 포장도 모두 걷어냈다. 오는 12월 개장할 국내 첫 메디컬 리조트 ‘WE(위)’의 공사 현장이다. 질병 치료와 휴양을 겸한 메디컬 리조트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56·사진)을 만났다.

“2009년 해외 환자 유치가 허용되면서 의료관광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제주도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제주의 관광자원과 저희 병원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결합해 장기 체류형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메디컬 리조트 설립을 추진하게 됐죠.”

메디컬 리조트 ‘WE’는 병원과 호텔을 결합한 공간이다. 건축면적 4800㎡에 지하 1층~지상 4층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병상 35개, 객실 85개를 갖출 예정. 여기에 미용성형·건강검진·산전산후 조리·재활의학 임상심리센터와 첨단 치료장비 및 프로그램, 휴양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리조트 ‘WE’의 가장 큰 특징은 수치료센터입니다. 탄산과 바나듐이 함유된 지하수를 이용해 심혈관이나 소화기 질환·피부미용·아토피 등에 효과가 탁월한 치료 프로그램을 전문의가 개발·운용하게 됩니다. ‘WE’라는 이름도 물(water)과 에너지(energy)의 머릿글자를 딴 겁니다.”

한라병원은 이미 2009년부터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수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 온천요법, 스페인식 올리브유와 따뜻한 돌로 전신에 탄력과 휴식을 제공하는 스톤요법, 요가, 수중운동, 빛과 소리를 이용한 심리안정요법, 제주도의 용암해수를 이용한 월풀목욕법, 빛의 파장으로 피부질환과 통증을 다스리는 포토테라피, 물마사지, 근육통증과 염증을 다스리는 워터젯, 다이어트를 위한 수중 근력훈련, 숲길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선 유럽 각국을 누볐습니다. 서양에선 이미 1600년 전부터 왕과 귀족 등 상류층이 수치료를 시작했고 학문적으로도 연구가 많이 돼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선 의료보험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질환별로 유명한 수치료 병원이 있어 몇 주, 몇 달씩 묵으면서 치료하죠.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의 수치료 명소를 찾아 기차로 달린 거리만 수천㎞에 이를 겁니다.”

승용차를 타면 제주공항에서 40분, 중문단지에서 10분 거리인 WE리조트의 또 다른 장점은 숲과 조망이다. 21만㎡의 리조트 면적 대부분이 숲이다. 숲에 산책로를 내고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숲의 기운과 에너지로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것. 입지도 탁월해서 산방산과 형제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 전망과 호텔을 둘러싼 임해(林海·숲의 바다), 백록담이 손에 잡힐 듯한 산의 전망이 일품이다.

주말마다 공사 현장에서 직접 나무를 심으며 조경공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 원장은 “5년 안에 암센터를 설립하고 리조트 운영 상태를 봐가며 300실 규모의 호텔을 하나 더 지을 계획”이라며 “휴양과 의료를 접목한 메디컬 리조트는 앞으로 의료관광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