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절삭공구에 깔려도 잘리지 않는 절단방지용 특수장갑 제조 기술과 관련 특허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 D사. D사는 최근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 중 하나인 A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휘말렸다. D사의 장갑을 납품받아 세계 각국에 팔던 A사가 D사가 보유한 특허를 차지하기 위해 돌변한 것이다. D사는 A사 외 납품처를 물색하는 동시에 전략적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 사장(사진)은 “D사같이 특허를 표적으로 적대적 M&A에 노출된 중소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허괴물에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브릿지는 재작년 ‘한국판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표방하며 민관 매칭 방식으로 출범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자산운용사 인가(특별자산집합투자업)를 받고 현재 1호 펀드에 참여할 기관투자가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매입한 특허 자산을 유동화해 수익을 낸 뒤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생소한 사업모델 때문에 투자자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다. ‘특허자산 유동화’ 개념이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탓이다.

김 사장은 “원래 기술 개발의 결과가 특허지만, 요새는 특허가 기술과 분리돼 그 자체로 무기가 되는 세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은 카피(복제)가 가능하지만 특허는 선점하면 카피가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이득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라며 “금융권의 부동산 위주 대출 관행의 패러다임을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은행 증권사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을 일일이 방문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해외에선 특허 자체가 지속적으로 손바뀜을 하면서 유통되고 있으며, 기술과 분리돼 거래되는 2차시장까지 열려 있다”며 “특허에 대한 환금성과 담보력 모두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걸맞은 특허 유통 시장이 마련돼야 기업의 지속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