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최고에 달했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레저산업은 호황을 맞이했다. 버블(거품)이 꺼진 후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 대표적 놀이 시설이었던 실내 스키장이나 거대 미로, 테마파크는 어떻게 됐을까.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하면 대부분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대형 상업 시설로 탈바꿈했다. 지방에 위치한 시설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폐허가 됐다.
버블은 붕괴된다 … 20년 전 일본 최고 인기였던 레저시설의 현재는?
지바현 후나바시에 위치한 스웨덴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 1호점. 이곳은 원래 실내 스키장인 '자우스'가 있던 자리였다. 당시 일본은 1987년 방영된 영화 ‘나를 스키에 데려가줘’로 스키 붐이 절정에 달했다.

1993년 개장한 자우스는 1년 내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스키장이었다. 400억 엔을 투자해 만든 거대 시설은 2002년 영업 부진으로 폐장했다. 연간 평균 130만 명이 다녀갔지만 마지막 해 이용객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60만 명수준이었었다. 지바현 쓰다누마에 있던 또 다른 실내 스키장도 1997년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쇼핑센터가 들어섰다.

198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은 거대 '미로 시설'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총 면적 8300㎡(약 2510평)로 당시 일본 최대 미로 시설이었던 ‘랜즈보로 미로 라라포토 미로’는 1987년 만들어져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거대 미로 시설이 뜨거운 인기를 얻자 경쟁이 격화됐고 급속하게 시설이 증가하면서 인기가 떨어진 것이었다.

도시에 있던 초대형 미로 시설은 상업이나 공공 시설로 바뀌었다. 요코하마의 미로 시설이 위치했던 장소는 쇼와대학 병원으로 변했다. 교토의 미로 시설이 철거된 자리엔 가정용품 잡화점이 들어섰다.

테마파크는 어떨까.

버블경제 시기 막대한 돈이 투입돼 전국 각지에는 외국풍 시설이 잇따라 탄생했다. 당시 개업한 테마파크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50%도 채 안된다. 니가타현의 러시아 마을은 2004년 문을 닫았고, 씨가이아나 하우스텐보스, 스페이스 월드마도 경영난으로 줄줄이 도산했다.
버블은 붕괴된다 … 20년 전 일본 최고 인기였던 레저시설의 현재는?
특히 도쿄 디즈니랜드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던 나가사키현의 네덜란드 마을 '하우스 텐보스'는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200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부채 총액은 약 2200억 엔. 1992년 2250억 엔을 투자해 문을 연 하우스 텐보스는 1996년부터 입장객이 감소했다. 버블 붕괴로 테마파크 내 조성한 1억 엔 이상의 분양 별장이 팔리지 않은 것도 적자 누적의 주 원인이었다.

문을 닫은 다른 테마파크들은 결혼식장이나 쇼핑센터로 이용됐다. 하지만 대부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허가 됐고 새로운 시설로 다시 이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테마파크들이 잇따라 생겨났지만 세심한 기획이 결여돼 방문객 입장에선 똑같은 내용에 식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도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12개 테마파크의 입장객 수는 지난해 2433만 명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2003년 이후 줄곧 감소해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레저산업은 성장 후기를 맞고 있다. 기간별 레저시장 성장률을 보면 1980~1990년엔 연간 10.68% 성장했다. 하지만 1991~2000년에는 1.57%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 200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