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블랙박스 시장…올해 250만 대 예상
블랙박스 인기는 '드라마'에서도 이어져

"요즘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블랙박스라도 달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이창식 씨(56)는 일주일 전 블랙박스를 구매했다. 최근 논란이 된 급발진 추정 사고를 본 뒤 구매를 결심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박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날이 새면 매출이 또 늘어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최근 연달아 일어난 급발진 추정 사고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알려지고, 블랙박스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다.

"올해 블랙박스 예상 판매량은 250만 대"

차량용 블랙박스 제조사인 '현대오토콤'의 올해 생산 예상량은 120만 대. 1, 2년 전만 해도 예상할 수 없는 수치였다.
현대오토콤은 "2009년과 2010년엔 하루에 한 두 명 문의가 올까말까한 정도였다" 며 "지금은 매출이 2, 3년 전보다 10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또 "블랙박스 전체 시장의 올해 예상 판매량은 250만 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 한해 블랙박스가 110만 대 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는 올해와 내년 블랙박스 판매량이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가 전쟁" 이라며 "블랙박스 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011년 기준 전체 차량 보급대수는 약 1840만 대. 이중 차량용 블랙박스를 탑재하고 있는 차량은 약 5.5%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자동차 베스트상품 순위에 블랙박스 관련 제품이 3위에 오르며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께 블랙박스 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할 것" 이라며 "이후에는 블랙박스 교체 시기가 도달하며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블랙박스는 차량용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에도 장착되고, 간편한 녹화가 필요한 상점이나 시골의 경우 CCTV보다 블랙박스를 더 선호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블랙박스를 찾습니다"

블랙박스로 인한 사회 현상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교통사고 현장에는 '목격자를 찾습니다' 플래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대신 '00일 0시 이곳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구합니다'란 플래카드가 붙기 시작했다. 목격자의 말 한마디보다 블랙박스 영상 1초가 더 강력해진 세상이 됐다.

드라마에선 '블랙박스'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 주인공 박유천이 할머니를 죽인 범인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블랙박스'다.

또 40대 주부들 사이에선 SBS 아침프로그램 '출발! 모닝와이드'의 한 코너 '블랙박스로 본 세상'도 화제다. 이 프로그램은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을 시리즈로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블랙박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불량 블랙박스'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대오토콤의 임영균 대표는 "블랙박스를 파는 업체는 300여 개가 넘지만 개발부터 제조, 유통을 모두 하는 업체는 20여 개에 불과하다" 며 "제조사가 아닌 경우 사후서비스(AS)에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본 뒤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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