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폴리실리콘 1세대이자 이 분야 세계 2위 업체인 OCI가 건설 중인 4,5공장 투자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웅진은 그룹의 주력인 코웨이를 매물로 내놨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위기로 치닫는 상황이다.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고가 대비 10분의 1 수준 밑으로 폭락하면서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태양광 산업이 매출, 고용, 수출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고 자평하던 정부였다. 그 정부는 지금 꿀먹은 벙어리다.

태양광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태양광 강국인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중국 기업들도 잇달아 파산하거나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는 중이다. 그 원인을 단순히 과잉공급이나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그에 따른 보조금 감축 때문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 논리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셰일 가스 개발 등으로 화석에너지 고갈론부터가 도전받고 있거니와 기후변화 협약의 토대인 교토의정서 개정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도 파탄지경이다. 이렇게 소위 녹색성장의 도그마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태양광 산업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을 부르짖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확대하겠다고 한 정부는 아무 말이 없다. 특히 태양광을 제2반도체로 육성하겠다며 정부는 내수시장 창출, 연구개발, 수출지원, 금융지원 등 온갖 명목으로 수조원대 예산을 퍼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펀드를 조성한다고 법석을 떨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이미 진행된 매몰비용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녹색업체는 그렇다치고 투자를 부추긴 녹색성장위원회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은 지금 무엇을 분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복투자 방지, 차세대 투자 필요성 등 면피용 논리 개발에만 급급할 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고 자성의 목소리조차 안 들린다. 불과 1, 2년 앞도 못 내다보는 정부가 일으킨 녹색열풍이었다. 정권과 함께 소멸할 주제라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