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옥 밀집지역인 서울 옥인동 47 일대(옥인1재개발구역)가 이른바 ‘보전+신축형 재개발’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된다. 지난주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1960~1970년대 형성된 마을 지형과 골목 형태를 유지하면서 리모델링과 아파트 신축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작년 말 한옥 보전 등을 이유로 재개발 사업을 보류시킨 곳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역조사를 거쳐 보전가치가 있는 저층주택과 한옥, 지형 등은 구분하고, 나머지 땅에는 새 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로써 일괄철거 방식의 기존 재개발과 ‘보전+신축형 재개발’이 지역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 한옥도 보전하고 아파트 신축

옥인1구역은 재개발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인가와 이주를 앞두고 작년 11월 갑자기 사업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조선말기 순종비(妃)였던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인 윤덕영과 후처가 산 것으로 알려진 ‘윤덕영 가(家)’ 등 4채의 한옥에 대해 서울시가 이전·복원에서 현지 보존으로 입장을 갑자기 바꿨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추진 과정에서 39억원가량을 지출한 조합은 반발하며 인허가권자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8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옥인1구역에 있는 ‘윤덕영 가(家)’ 등 역사적인 한옥 등은 보존가치가 있는 만큼 서울시가 건축가들에게 의뢰해 한옥과 신규주택을 조화시킬 수 있는 도시디자인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재개발정비계획안은 건설사가 만든 것을 주민(조합)이 제안하는 방식이었다”며 “옥인지구는 성냥갑 같은 획일적 디자인에서 탈피, 계획단계부터 철저히 전문가집단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명품 주거지를 건설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도 “옥인동은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지역인데, 이런 유적을 밀어버리면 후손들에게 지탄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는 또 한옥으로 인해 신규 주택 수가 줄어드는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공공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는 이르면 이달 안에 주거재생지원센터 소속 갈등조정관과 함께 주민들과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주민들 “신축주택 인센티브 달라”

보전 한옥과 신축 아파트가 조화를 이뤄 ‘윈-윈’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밑그림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재개발조합은 전통한옥을 보전하는 대가로 신축 아파트에 최소 1개층 이상의 용적률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경관지구여서 고도제한(최대 3층)을 받는 옥인1구역은 2007년 예외조항에 따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5층(용적률 132.6%)으로 재개발이 결정됐다.

김흥길 옥인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한옥 때문에 50가구를 손해본다”며 “6층까지 올리면 60가구는 더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300가구 이하 소규모 재개발사업장은 임대주택을 들이지 않고 추가분을 모두 일반분양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복수의 지역 주민과 재개발사업 관계자들은 “옥인동은 저층 재개발로 사업성이 좋지 않은 데다 가구당 분담금도 5억~6억원에 달해 서울시가 파격적 공공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사업추진을 확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