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가면 움직이는 ‘로봇 혓바닥’을 볼 수 있다. ‘로봇 혓바닥’은 로봇공학에서는 중요한 기술이다. 혀가 부착되면 로봇이 말을 할 때 표정부터 자연스러워진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안드로이드로봇연구실은 이번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하는 안드로이드로봇(인간형로봇) ‘에버(EVER)4’에 세계 최초로 혓바닥을 달았다. 에버4는 키 180㎝로 늘씬한 모델을 연상시킨다. 관객과 대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교류도 할 수 있다.

이동욱 안드로이드로봇연구실 수석연구원(39)은 “인간 얼굴의 해부학적 구조를 연구해 근육의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했다”며 “표정을 만드는 데 사용된 모터가 30개로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로봇 가운데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 수석 연구원은 생기원이 안드로이드로봇연구실을 만든 2005년부터 개발자로 일해왔다. 국내에서 안드로이드로봇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이 연구실이 유일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안드로이드로봇연구실이 생긴 이후 이곳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직업군을 형성했다고 판단, ‘안드로이드로봇 공학기술자’를 ‘한국직업사전 2012년판’에 새로 등재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안드로이드로봇 연구는 인문학·예술까지 필요한 융합 분야”라며 “서로 다른 학문들이 모여 내는 시너지의 경이로움이 안드로이드로봇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연봉은 다른 연구 분야보다 다소 낮다. 초심자들의 경우 학사학위자는 2000만원대 중반, 석사는 2000만원대 후반, 박사는 3000만원대 후반이다.

연구직이다 보니 인력 수요도 아직 많지 않다. 이 연구실만 해도 수년에 한 번 1~2명을 뽑는다. 국내에서는 로봇이 아직 초보단계여서 민간기업 인력 수요도 별로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로봇기술이 발전하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제품이 선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놀이공원도 잠재력이 큰 수요처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모터로 움직이는 캐릭터 마네킹을 안드로이드로봇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안드로이드로봇 공학기술자가 되려면 석·박사까지 공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