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면서 음정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게 드뷔시 음악의 이상한 매력이죠.”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후 아홉 살 때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음악원으로 유학, 열한 살 때부터 차이코프스키, 클로스터-셴탈, 얌폴스키, 칼 닐센, 파가니니, 퀸 엘리자베스 등 국제콩쿠르를 차례로 휩쓴 한국인. 어느 날 오른쪽 눈썹 위에 피어싱을 하고 나타난 클래식계의 악동. 지난달 27세에 안양대 관현악과 교수로 국내 최연소 임용 기록을 깬 교육자.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사진)의 수식어는 너무 많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음악만큼이나 묘한 매력을 지닌 그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악기 수리를 겸해서 짬을 냈다는 그는 일곱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랴, 한 주가 멀 정도의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내달 3일과 10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이 기획한 드뷔시 탄생 150주년 기념 공연 ‘드뷔시 스페셜’에서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호흡을 맞춘다.

둘은 첫날 루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드뷔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F장조’, 라벨의 ‘치간느-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연주회용 랩소디’ 등을 연주한다. 10일에는 풀랑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G장조’,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듀오 콘체르탄테’ ‘디베르티멘토’를 들려준다.

“드뷔시 시대에 그의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의 곡을 골랐어요. 드뷔시 소나타는 처음 연주합니다. 프로그램 짤 때 고민을 많이 했죠. 연주할 곡은 많은데 관객들에게 익숙한 곡들이 아니라서요. 연주회는 관객을 위한 거니까, 제가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해선 안 되겠죠.”

가만히 보니 눈썹에 있던 피어싱이 사라졌다. 안양대 음대 학생들이 수업 첫날 ‘권혁주 교수 피어싱하고 올까 빼고 올까’를 두고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아파서 뺐어요. 병원에 갔더니 안면 근육 마비가 올 수 있다고 겁을 주더라고요.”

그는 인터뷰 중간에 전화를 걸어온 한 학생에게 매우 엄격하게 대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음악원에서 가르쳐준) 그라치 교수님의 최고 칭찬은 ‘나쁘지 않네’였어요. 제가 생각해도 괜찮은 연주여서 좋은 평가를 기대했다가 실망하곤 했죠. 자꾸 오기가 생겨서 이 악물고 버텼는데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이제 이해가 됩니다.”

솔리스트와 교수 외에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몇 달 전 20대 음악인들과 함께 현악 4중주단 ‘칼라치 콰르텟’을 창단했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론(kalon)과 끈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라치(lacci)를 합친 말인데, 늙어서도 함께 연주를 하고픈 소망을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