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369번째 오름이 생겼다. 포털 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본사를 제주로 이전하면서다.

다음이 지난 20일 제주 첨단로 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국내 이용자에게 최적화한 스마트TV 플랫폼 '다음(Daum) TV'를 공개한 자리에서 새롭게 지은 '스페이스닷원(space.1)'을 둘러봤다.

박대영 다음 제주프로젝트 담당 이사는 "제주에 368개 오름(작은 화산체의 제주 방언)이 있는데 제주 본사 터를 파면서 369번째 오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인공 오름 주변에는 직원들이 가꾸는 텃밭, 연못, 산책로, 야구장, 골프 퍼팅 연습장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스페이스닷원의 입구는 돌하르방이 노트북을 손에 쥔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건물은 연면적 9184㎡(약 2783평)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이 유리창을 통해 외부에서 볼 수 있다. '개방'과 '소통'의 가치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설계 및 건축은 부티끄 모나코 등으로 유명한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맡았다. 내외부 디자인은 오름이나 화산 동굴 등을 형상화했다. 제주 천연환경과의 유기적인 어우러짐을 고려했다.

스페이스닷원을 방문한 날은 때마침 제주에 최고 6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로 밖의 날씨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맑은 날이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관계자는 "맑은 날에는 근무 중에도 한라산과 푸른 바다가 보인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천장도 유리로 구성돼 제주 햇살을 느낄 수 있고 비가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은 창의력이기 때문에 놀이공간, 쉴 수 있는 장소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2개 회의실과 개발자,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장·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3개 프로젝트룸을 둘러봤다. 독특한 이름의 회의실에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사각의 링 형태로 디자인된 회의룸은 '아이디어 끝장의 방'이었다. 밭의 경계를 나누는 제주 돌담이 벽 일부에 붙어있는 방은 '애정방(애매한 것을 정해줌)'이었다. 회의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놀이를 위한 당구대, 탁구장,휴식 공간도 곳곳에 구성됐다.

친환경적인 건물 구성도 곳곳에 보였다. 넓은 면적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포스트텐션' 공법을 통해 기둥이 거의 없어 높지 않은 건물에서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벽면은 조경이 돼 있거나 송이석(화산석의 제주 방언) 색깔로 구성하고 옥상에는 잔디가 깔렸다. 다음 관계자는 "현무암 맥이 흐르고 있어서 모래 위에 지은집이 아닌 반석위에 지은 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직원이나 외부 방문객의 자녀들이 책과 IT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수 있는 올리볼리관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1층 외부에 자사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타임라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본사 이전을 통해 계속해서 창의적인 도전을 해 나가고자 한다"며 "현재 전체직원 1300명 가운데 300명이 제주 본사에서 근무하지만 추가로 내려오는 직원과 제주에서 고용되는 인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