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대학원들이 개설한 MBA(경영전문석사) 과정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 MBA들의 인지도와 경쟁력도 함께 올라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의 글로벌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의 성공 비결을 배우고 이들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그와 함께 세계적인 MBA 랭킹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국내 경영대학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MBA 과정의 발전 속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곳곳에서 확인되는 국내 MBA 경쟁력 상승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7년 6곳의 한국형 MBA 출범 이후 외국인 신입생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97명을 기록했다. 신입생들의 출신지도 35개국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다. 서길수 연세대 경영대학원 부원장은 “예전에는 미국 교포나 중국 학생이 많았지만 요즘은 다양한 국가에서 제발로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늘었다”며 “홍콩 UST나 싱가포르국립대 등 세계적인 수준의 MBA에 합격했는데도 한국행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생겨날 정도”라고 전했다.

주요 경영대학원들이 100% 영어 강의로 주간에 진행하는 풀타임 글로벌 MBA 과정의 외국인 비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대 글로벌 MBA의 외국인 신입생 비율은 2010년 27%에서 작년 38%로 껑충 뛰었다. 연세대는 2009년부터 꾸준히 외국학생 비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KAIST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기존 테크노MBA 내에 글로벌 과정을 신설, 정원 11명 중 8명(73%)을 외국 학생으로 받았다. MBA의 경쟁력 중 하나인 ‘다양성’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영대학원들의 경쟁력 상승은 국제 순위에서도 잘 드러난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는 지난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세계 경영대학원 평가에서 66위에 올랐다. 2006년 ‘한국형 MBA’ 출범 이후 국내 경영전문대학원으로 가장 높은 순위다.

국내 경영대학원이 FT 평가에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1년 KAIST(99위)에 이어 두 번째다. FT와 비슷한 수준의 랭킹으로 평가되는 이코노미스트 평가에선 작년 10월 국내 최초로 연세대 경영대학원이 76위에 올랐다. 임원 희망자들을 위한 EMBA 과정에서도 국내 경영대학원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FT의 작년 EMBA 평가에서 고려대는 23위, 연세대는 57위를 각각 차지했다.

학술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미국 텍사스대(UTD) 경영대학 연구역량 평가에선 고려대 경영대학원이 8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대 MBA는 비영리 평가기관인 에듀니버설이 지난해 세계 1000개 경영대학장들의 투표로 실시한 국제 영향력 평가에서 52위에 랭크됐다.


◆‘융합’이 경쟁력 상승 비결

국내 MBA들이 이처럼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에는 경영대학원들마다 경쟁적으로 ‘융합’ 커리큘럼을 확충한 것이 큰 배경이다. 산업이 융·복합으로 발전함에 따라 융·복합형 인재를 찾는 직업시장(잡마켓)의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다. 재무나 조직관리 등 전통적인 경영 영역은 물론 법학, 문화, 약학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 대표 MBA들은 다양한 융합 과정을 개설,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리 카터 씨가 재학 중인 성균관대 SKK GSB의 JD/MBA 과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인디애나대 마우러로스쿨과 연계해 개설한 법학 융합 MBA 과정이다. SKK GSB의 기본 과정은 1년6개월이지만 이 과정은 1년만 들으면 MB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마우러로스쿨에서 3년, SKK GSB에서 1년 등 총 4년 과정을 마친 학생은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어 국제통상 및 기업법무 전문가 등 다양한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다. 올 가을에도 마우러로스쿨 재학생 4명이 성장하는 아시아를 체험하고 경영학 지식을 쌓기 위해 SKK GSB를 찾을 예정이다.

정보기술(IT)을 경영에 접목한 융합 과정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대표 과학기술연구기관인 KAIST는 IT기술을 미디어에 접목한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운영 중이다. IT와 미디어 융합 기술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유통 등 IT 미디어 전반과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영 능력을 교육한다. 정보통신시스템,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특화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다.

건국대 MOT(기술경영) MBA는 이공계 인력이 CEO가 되는 과정을 이끌자는 의도로 개설한 과정이다. 연구·개발(R&D), 신제품 개발 등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사업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술경영학과, 경영학과, 경영정보학과 등 건국대 교수 38명과 현직 기업인 등 외부 전문가 11명이 산학 협력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산학협력은 ‘필수’

MBA는 박사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영학 석사와 달리 과정을 마치면 바로 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낸다. MBA들이 기업 연계 과정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단순한 인턴십을 넘어 기업이 실제로 겪고 있는 경영 문제에 대해 MBA 커리큘럼에서 학생들이 해결책을 연구하는 산학협력 과정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서강대 MBA는 기업이 내준 과제를 갖고 학생들 4명이 한 조를 이뤄 그 기업에서 직접 인턴으로 일하며 해결책을 찾는 ‘산학연계 인턴십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 MBA는 기업체 임원들을 산학 겸임 교수진(11명)으로 초빙했다. 대부분의 강의를 기업 경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구성해 학생들에게 신제품 개발, 마케팅 모델 도출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