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얼마전 늦은 오후에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의 전부다. 약간의 황당함과 함께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짧은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발신자는 그날 오후에 있었던 파격적인 인사 이동에 해당된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인사 이동의 내용은 본사 직원 중 네 명을 직영 매장 매니저로 발령낸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네 명은 각 팀별 실무자 중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직원들이었다. 그러니 발령받은 직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전 직원들이 술렁거렸다. 이제 갓 100명을 넘은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잡아가는 회사에서 주요 핵심 인력을 매장으로 이동시킨다는 사실에 전 직원들은 모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이번 일이 직원들에겐 갑작스레 닥친 일이었겠지만 사실은 수년 전부터 고심해오던 ‘현장 중심’ 네 글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 규모가 어느 정도 정점에 올랐다 판단되면 현장을 등한시한 채 머리와 서류로만 일을 경험하고 처리하곤 한다. 회사의 태동기 때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며 체득한 소중한 가치를 어느 순간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이디야 커피와 같이 직접 고객과 상대하는 업종은 현장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고객이 매장을 들어와 나갈 때까지 어떤 얘기들을 하는지, 어느 곳에 시선을 많이 두는지, 매장 내 디스플레이나 홍보물 배치를 조금 달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이 모든 것들은 서류가 아닌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다. 또한 타깃이라 일컫는 20~30대 여성들의 최신 유행 경향은 도식화된 기획 문서 속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눈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관찰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의 혁신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온탕 속의 개구리’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온탕 속 개구리는 처음엔 물이 따뜻한 줄로만 알고 느긋하게 유영을 하다가 서서히 죽어간다는 얘기다. 기업 역시 초기 성장에 안주하거나 틀을 깨는 변화의 가치를 멀리한다면, 부지불식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시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장의 생명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보기술(IT) 중심의 초고속화 물결 속에서 기업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흐름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온탕 속 개구리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근시안적 시각과 짧은 호흡이 아닌 10년 뒤를 조망하는 혁신의 과감성 또한 다름 아닌 현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회사는 ‘현장 중심 경영’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과제를 전 임직원이 함께 풀어가고자 한다. 다소 모험적인 시도일지도 모르지만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자는 초심만 유지한다면, 우리가 찾아간 현장은 반드시 슬기로운 혜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 믿음 속에서 직원들의 살아있는 눈빛과 생동감 넘치는 미래를 확신한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