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생산할 때 두 가지 패널 방식을 적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전략을 확정함에 따라 OLED TV 관련 장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존 자사의 RGB(적녹청) 방식의 OLED 패널로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새로 도입하는 W(화이트)-OLED 방식으로 생산한 패널로는 보급형 TV를 만들 계획이다. W-OLED 방식은 현재 LG전자가 채택중인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는 7월 말 열리는 런던올림픽 이전에 RGB 방식의 패널을 채용한 프리미엄급 O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 W-OLED 방식의 보급형 TV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그동안 RGB 방식으로 OLED 패널을 만들어왔다. RGB 방식은 빨강(R), 녹색(G), 파랑(B) 화소로 직접 색상을 표현하는 뛰어난 기술이지만 대형 패널에 적용하면 수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반면 LG전자(LG디스플레이)가 채택한 W-OLED 방식은 유리기판에 흰색 화소를 입힌 뒤 그 위에 컬러필터를 씌워 색상을 낸다. RGB 방식에 비해 원가가 높지만 만들기 쉽다. 대신 화질이 미세하게 뒤진다는 평가가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RGB 방식보다 W-OLED 방식이 이른 시일 내에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당분간 낮은 수율을 감수하더라도 RGB 방식으로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들고, 보급형 TV용으로는 수율 개선이 쉬운 W-OLED 방식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SMD는 아산 탕정에 구축해놓은 8세대 RGB 방식의 OLED 시험생산라인을 양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옛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보유한 8세대 라인 중 일부를 W-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스에프에이, 원익IPS, 에스엔유프리시젼 등 협력업체들이 증착장비를 SMD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화질 등에서 앞선 RGB 방식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RGB가 진정한 OLED 기술이며 W-OLED는 OLED를 백라이트로만 쓰는 형식”이라며 “RGB 방식의 수율이 안정되면 W-OLED와 가격차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8세대 라인에서 100% 수율을 확보할 경우 55인치 패널의 원가는 RGB 방식 631달러, W-OLED 방식 673달러로 분석됐다. 컬러 필터의 유무 때문이다.

OLED는 LCD(액정표시장치)에 비해 월등한 화질과 빠른 응답속도, 20% 수준인 낮은 소비전력 등으로 TV 시장의 새로운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OLED TV 시장이 2013년 57만대에서 2015년 368만대, 2017년 1193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RGB 방식

스스로 빛을 내는 적색(red)·녹색(green)·청색(blue) 유기물을 유리기판에 수평으로 붙여 컬러를 구현하는 기술방식. 자연스런 색상을 내지만 대형화에 불리하다. 유기물을 증착시킬 때 ‘패터닝 마스크’가 필요한 데, 이 마스크가 얇아 패널 크기를 넓히면 가운데 부분이 처지는 단점이 있어서다.

■ W(화이트)-OLED 방식

적색·녹색·청색 유기물을 유리기판에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 붙이면 흰색 빛이 난다. 그 위에 색색의 컬러필터를 붙여 색을 표현하는 방식. 색상은 RGB 방식에 비해 떨어지지만 증착할 때 마스크가 필요 없어 대형화에 유리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