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양극화 현상에 따른 영세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인해 은행들의 1분기 연체율이 전분기에 비해 최고 0.35%포인트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1.17%로 작년 4분기 0.82%보다 0.35%포인트 급등했다. 국민은행의 연체율도 전분기 0.87%에서 1.06%로 0.19%포인트 높아졌다. 외환은행의 연체율은 전분기 0.59%에서 0.70%로 0.11%포인트, 기업은행은 0.70%에서 0.78%로 0.08%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연체율은 높아졌지만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한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소기업·가계대출 연체율 증가

中企 연체율 상승…은행 고민 커진다
통상 1분기는 은행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의 연체율 상승은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작은 기업, 개인기업 등의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기 양극화에 따른 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임보혁 신한금융 리스크담당 상무는 “연체율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규모 기업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계에 몰린 기업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현상이 확산된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동주 기업은행 여신운영본부장은 “양극화로 인해 개인기업(SOHO) 부문 등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다. 하나은행은 기업 부실자산 매각 등으로 전체 연체율이 소폭 낮아졌지만 가계대출 연체율은 0.43%에서 0.45%로 오히려 높아졌다. 과도한 가계 부채와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멈추면서 자금난에 처하면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세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최근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작년 말 94조5000억원에서 3월 말 96조9000억원으로 석 달 새 2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1분기 전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 4조8357억원(한국은행 집계)의 절반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도 64조8000억원에서 66조1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57조4000억원에서 58조2000억원으로 8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주력하는 이유는 금융감독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가급적 늘리지 말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 중 비교적 신용도가 좋은 곳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체율이 다소 높아져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려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