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상영 후 반짝 타올랐다가 시들해졌던 3D(3차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방송(SBS)과 교육방송(EBS)이 3D TV 시범방송을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내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초고화질)TV 실험방송을 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SBS와 EBS의 3D 시범방송

SBS와 EBS는 지난 3일 3D TV 시범방송을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SBS는 6-3번, EBS는 10-1번 채널로 하루 한 시간 3D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3D 기능을 갖춘 새 TV로는 채널만 바꾸면 시청할 수 있다.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이 내부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시범방송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SBS는 전통 음악과 춤을 담은 ‘울림-악가무사대천왕’이란 공연물을 3D로 제작해 방영 중이다. EBS는 경기도박물관과 공동제작한 ‘한반도의 인류-전곡리 사람들’ 등 3편의 3D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EBS는 또 ‘로마’ ‘바빌론’ ‘한국의 강’ 등을 3D로 촬영 중이다. ‘한국의 강’의 경우 한탄강 등지에서 수중촬영도 할 예정이다.

3D TV 시범방송에 사용한 방식은 ‘듀얼스트림’. 왼쪽눈 영상과 오른쪽눈 영상을 동시에 전송하는 기술로 기존 채널에서 HD급 3D를 구현한다. 스카이라이프의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은 별도 채널이 필요하고 화질이 SD(표준화질)급이다. 듀얼스트림은 ‘2D 역호환성’도 갖춰 3D TV가 없는 가정에서는 2D로 시청할 수 있다.

◆3D TV 상용화 예정보다 빠를 듯

미국디지털방송표준위원회(ATSC)는 연내에 3D TV 국제표준을 제정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표준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이 시범방송 중인 ‘듀얼스트림 방식’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송경희 방송통신위원회 전파방송관리과장은 “우리 기술에 동조하는 국가가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당초 2014년으로 잡았던 3D TV 상용화 시기가 1년쯤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EBS는 올 하반기에도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하나 방통위는 시기를 국제표준 채택 이후로 잡고 있다. 송 과장은 “모든 가정에서 3D든 2D든 골라서 보는 데 차질이 없어야 한다”며 “노하우도 쌓아야 하고 검증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용화 초기부터 모든 프로그램을 3D로 송출하는 것은 아니다. 3D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아 일부 프로그램만 3D로 송출하게 된다. 3D 방송을 시청하려면 특수안경을 껴야 한다. ‘무안경 3D’는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정면에서 봐야 3D 느낌이 확실하며 3명까지는 괜찮은 편이다.

◆UHD는 3D 이후에 상용화될 듯

‘포스트 HDTV’에 관해 얘기할 때 3D TV와 더불어 자주 거론되는 게 UHD TV다. HDTV보다 화질이 4~8배 선명한 기술로 이미 KBS가 방통위에 실험방송 허가를 신청했다. 최근에는 지상파 4사 기술본부장들이 실험방송 협력에 관한 협약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UHD TV가 언제 상용화되느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방통위는 3D TV와 UHD TV 기술이 함께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질은 HD에서 UHD로, 영상은 2D에서 3D로 진화한다는 것. 그러나 3D TV가 내년에 상용화되는 반면 UHD TV는 새로운 압축기술이 필요해 2010년대 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UHD TV 선두주자인 일본 NHK도 상용화 시기를 2020년으로 잡고 있다.

김석태 EBS 융합미디어본부장은 “TV 기술은 궁극적으로 3D와 UHD를 결합한 ‘3D UHD’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3D TV 시범방송 결과를 보면서 계속 기술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주도하는 듀얼스트림 방식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우리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와 UHD 기술을 모두 개발하고 있다. LG는 84인치 3D UHDTV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관심사는 3D TV다. 특히 영국 BBC가 7, 8월 런던올림픽 때 개·폐막식과 100m 결승전, 하이라이트 등을 3D로 방영할 예정이어서 3D TV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