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어 감사한다. 작은 집이지만 가꿀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어 만족한다. 딱딱하고 차가운 외부의 도전들이 조간신문처럼 찾아오지만 가족의 단합된 에너지로 잘 막아내니 더 행복하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오는 11~25일 ‘태양 아래서’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 색채화가 김덕기 씨(43)가 화업 20여년간 지켜온 ‘행복한 조형론’이다.

김씨는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의 소소한 행복을 소박하게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행복과 생생한 기운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보성고 미술강사를 거쳐 2007년부터 전업 작가로서 활동하며 소박한 가족의 일상과 행복을 화려한 색채로 화면에 담아 주목받았다. 김씨는 가족이야말로 삶을 지탱해주는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전통 회화 말고 내 이야기를 화면에 풀어내자고 마음 먹은 게 1990년대 말쯤 됩니다.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해서 좋은 작가가 되리라고 마음먹었죠. 작업실을 고향인 경기도 여주 당우리로 옮긴 것도 그래요. 우리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던 거죠.”

그는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 행복한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40여점의 작품에 풀어냈다. 마당에 꽃을 심고 가꾸는 풍경, 아빠와 함께 그네 타는 아이들, 공원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비둘기, 휴일의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봄볕에 더욱 발랄하다.

한약방 하던 부친이 67세 되던 해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의 늦둥이로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어릴 적 부모님의 사랑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 부모님과의 즐거운 기억이 제 붓 속에 머물러 있죠. 그래서 그림은 ‘생활의 거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는 “가족 간 유대가 약해지고 있고, 홀로 사는 노인이 100만명을 넘는다”며 해체된 가정을 회복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때는 과도한 경쟁이 적었고 무엇보다 함께 모여 웃고 우는 가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히말라야 산록의 작은 나라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가 채 되지 않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라며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인들도 이제는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