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그룹 어나니머스는 예정대로 31일 인터넷을 다운시킬까?

어나니머스가 세계 인터넷을 다운시키겠다고 공언한 3월31일이 다가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나니머스는 지난달 ‘최대의 적은 행복한 노예’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대규모 해킹 공격 명령을 인터넷 사이트(pastebin.com/NKbnh8q8)을 통해 내렸다.

어나니머스는 13개 루트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 서버를 공격하라며 서버 주소를 나열했다. 루트 서버는 인터넷 주소 조회를 처리하는 DNS의 최상위 서버를 말한다. 이론상으론 루트 서버를 공격하면 인터넷을 마비시킬 수 있다. 어나니머스는 www.google.com 등을 치면 에러 페이지가 뜰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나니머스는 루트 서버를 공격하는 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미국 의회가 추진하다가 중단한 SOPA(저작권침해방지법) 반대,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의 탐욕, 어나니머스 지도부 검거 등이다. 세계 곳곳에서 해커들이 구속되자 항의를 표시하고 힘을 과시하기 위해 루트 서버 공격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어나니머스는 인터넷을 죽이려는 게 결코 아니며 ‘항의(protest)’ 표시로 일시적으로 다운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 방식으로는 어나니머스의 주력 무기인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마비시키겠다는 어나니머스의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김성주 FNAS 대표는 “캐시 서버를 통해 분산시켜놓기 때문에 루트 서버 공격만으론 마비시킬 수 없고 전 세계 캐시 서버를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고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경고에 그칠 가능성이 큰 편이다. 트위터에서 일부 해커들이 31일 해킹에 관해 언급하지만 어나니머스 대외창구인 ‘유어애논뉴스’(@YourAnonNews)는 해킹에 관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어나니머스의 동생격인 룰즈섹이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고 알려진 게 눈에 뜰 뿐이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