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들만의 여행스케치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요’의 한 구절이다. 학창시절 이맘때는 한창 MT 다니느라 바빴던 기억이 난다.

강촌이나 춘천을 향해 청량리발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딱밤놀이를 하고 기타 좀 친다는 녀석의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비스듬히 연 창문의 바람을 맞으며 혼자 낭만에도 취했었다.

“이디야 커피 임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희 항공과 함께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작년 봄 회사 전 직원과 함께 탄 홍콩행 비행기에서 나온 기장의 인사말이다. 뜻밖의 방송에 여기저기서 놀란 직원들의 탄성과 웃음 그리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실은 우리 직원들이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출발 전 살짝 안내 방송을 부탁했다.

2004년 지금의 회사를 인수하고 사무실에 출근한 첫날, 모두 힘을 합쳐 회사를 크게 키우자고, 그래서 5년 뒤엔 반드시 전 직원이 해외여행을 떠나자고 공언했었다. 정확히 5년 뒤, 직원들은 잊고 있었을 그 약속을 지켰다. 나에겐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약속이었다. 그렇게 해서 일본 여행을 시작으로 회사는 매년 봄 전 직원의 해외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도쿄 인근 다다미방에 일렬로 앉아 유카타 체험을 하고 베이징 천안문 뒤편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차 문화를 배우고 홍콩 공원에서 전통 무술인 타이치 교습을 받는 등 색다른 경험을 매년 이어왔다. 그리고 직급에 상관없이 대여섯 명씩 조를 짜 그 지역의 시장과 카페 등을 돌아보게 했다. 직원들은 말이 안 통할 땐 손짓 발짓을 동원하며 이국의 문화에 맞닿은 ‘낯선 즐거움’을 경험했다.

봄에 해외 워크숍이 있다면, 가을엔 가까운 곳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작년 가을에는 TV 프로그램 ‘1박2일’의 ‘복불복’ 형식을 빌린 여행을 다녀왔다. 조별 대항을 통해 꼴등을 한 조에는 군대의 전투식량을 먹게 하고, 텐트와 캠핑카에서 잠을 자게 했다. 직원들은 요리 대회를 통해 숨겨둔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함께 양파를 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신입사원들의 장기자랑과 마지막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의 감동은 우리만이 공유하는 추억이 됐다.

혹자는 ‘전 직원이 움직이면 회사에 큰 부담이 될 텐데…. 그리고 그 비용은?’이라며 계산기를 두드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순간을 즐기며 마음을 얘기하는 여행을 통해 우리 직원들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고. 그렇다. 지난 여행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추억과 다음 여행을 기다리는 두근거림은 회사 생활의 활력이자 동기가 된다. 올해의 여행스케치는 또 어떻게 그려질까?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